한국일보

라브레아 중국식당 ‘럭키 덕’

2001-12-21 (금)
크게 작게

▶ 주말외식

▶ 오감 일깨우는 담백한 ‘로스트 오리’

라브레아에 새로 문을 연 중국 식당 ‘럭키 덕(Lucky Duck)’은 다양한 문화가 만났던 도시, 샹하이처럼 중국 음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세팅이며 그 밖의 여러 면에서 여러 문화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높은 천장이 시원스러운 실내는 아주 단순하게 꾸며졌다. 어디 벼룩 시장에서 사왔는지, 각양각색의 골동품 거울들이 벽에 쭉 늘어져 있다. 분명 LA에서 구했을 것이 틀림없는 데도 푸이의 불운했던 두 아내들이 쓰던 것이 아닐까 하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한껏 해본다. 한쪽 벽에는 그 당시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유행하던 조상들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주인, 필립 치앵 (Philip Chiang)과 꼭 닮은 초상화의 주인공은 아마도 주인의 조부이겠거니 물어봤더니 웃음과 함께 도리질을 한다. 입구 쪽에는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초초상이 첫날 밤 기모노를 벗어 걸어두었던 것 같은 멋진 옷걸이에 금박 물린 빨강 옷감이 나빌레라 걸려 있다.

중국 집에 가면 의례 시키는 차를 주문하면 마치 막걸리를 받아 왔던 것 같은 주전자에 차를 한가득 내온다. 식사시간 내내 향기로운 자스민 차와 녹차를 마실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그 종류를 헤아리기도 힘든 중국 음식들을 전채, 샐러드, 앙트레, 국수, 수프, 만두, 밥으로 분류를 해놓아 메뉴 선택을 도우며 각 음식에는 주방장이 추천하는 와인이 명시돼 있어 선택 앞에 늘 망설이는 우리들의 고민을 덜어준다.


칠레 산 바다 농어 전채 요리 (Chilean Sea Bass)는 미소 된장으로 맛을 내 구운 것이 감칠 맛 나며 송화단을 잘게 썰어 얹은 두부(Monk’s Dofu)는 정갈하고 깔끔하다. 식당 이름이 ‘럭키 덕’이라 그다지 먹을 게 없다고 생각하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오리 요리를 한 번 시식해봤다. 부드럽고 촉촉한 오리를 자두 소스에 찍어먹는 로스트 오리(Lucy Roast Duck), 숙주와 파로 잘게 채친 오리를 볶아 낸 것(Happy Go Lucky Duck)은 차이나타운에 축 늘어져 고리에 걸려 있던 기름기 투성이의 북경 오리와는 달리 담백한 것이 의외였다.

레몬 향이 짙은 레몬 치킨 (Lemon Chicken), 실란트로가 가득 뿌려진 조갯살(Beaming Scallops)도 추천할만한 메인 디쉬들. 야채 요리가 아주 맛깔스러운데 특히 가지 요리(Yushiang Eggplant)는 어머니가 해주셨던 밥반찬 가지 볶음 맛과 비슷해 소스에 밥까지 비벼먹었다. 볶음밥, 차우멘, 수프, 만두도 다양해서 밥에 국을 먹어야 식사한 것 같은 어르신들은 좋겠다.

▲종류: 중국 요리
▲오픈 시간 : 런치, 월-금요일, 11-3시. 디너, 주7일 6-11시.
▲가격: 전채 요리는 5-10달러, 런치 메인 디쉬는 8-11달러, 디너 메인 디쉬는 9-16달러.
▲드레스 코드: 캐주얼
▲주소 672 S. La Brea Ave. LA, CA 90036 (한인타운에서 Wilshire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La Brea에서 우회전하면 오른쪽으로 바로 나온다.)
▲예약 전화: (323) 931-9660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