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으로 맛본 세계3대 진미

2001-09-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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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외식

▶ 선셋 모로코 요리전문 다르마그렙

지난 9월11일 테러참사이후 아랍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화, 유럽화가 선진화, 세계화와 동의어인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하루에 다섯번씩 메카를 향해 절을 하는 그들은 왠지 시대에 뒤쳐진 사람들로만 생각되는게 사실이다.

아랍 문화는 아무리 캐내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처럼 신비에 가득 싸여있다. 문화의 총체인 음식을 먹어보면 그 문화의 그림이 그려지는데 아랍 음식은 비위가 약한 우리 입맛에 영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에 시도하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프랑스, 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모로코 음식이라면 이런 부담을 느낄 이유가 없다. 모로코는 지역적으로는 북 아프리카에 속하지만 다른 아랍 국가와 마찬가지로 아랍어를 쓰며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이다. 다른 아랍 국가의 음식보다 훨씬 다양한 향신료를 쓰며 세련된 맛이 있어 즐겨 찾는 이들이 많다.

선셋 대로에 위치한 모로코 레스토랑, 다르마그렙 (Dar Maghreb, 모로코 방언으로 ‘모로코 하우스’를 의미)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사라센 제국의 궁전처럼 하얀 벽과 금색 치장이 화려하다. 알록달록한 타일이 장식된 실내는 굵직한 기둥들이 우뚝 서있고 하늘의 별까지 욕심껏 들여놓은 페리오가 이국적인 정취를 더해준다.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 다이닝 에어리어는 예수 시대 사람들이 식사할 때처럼 옆으로 기댈 수 있도록 꾸며졌다. 번쩍번쩍 빛나는 테이블은 금과 청동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그들 조상의 취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빨간색 모로코 전통 의상을 입은 웨이터들은 머리를 조아려가며 황송한 서비스를 베푼다.


밥을 먹기 전, 대야를 가져다주며 물을 부어 손을 씻게 하는 것은 분명 우리가 식기를 따로 쓰지 않고 손으로 먹게 된다는 의미이것다.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통 의상, 젤라바를 입은 매니저는 수프는 숟가락을 쓰지 않고 훌훌 마시고 샐러드는 빵으로 찍어 손으로 먹으라고 가르쳐 준다.

계피와 설탕가루가 흩뿌려진 페스트리 식 전채요리는 안에 닭고기와 계란, 아몬드를 넣은 것이 중국식 월병을 먹는 것 같다. 레몬과 올리브로 요리한 닭고기는 한 마리를 고스란히 내오는데 모양새나 부드러운 것이 교외에서 먹었던 영계백숙과 참 비슷하다. 도시 이름을 딴 7코스의 만찬 가운데 사피 (Le Diner Safi)는 꼬챙이에 꽂아 구운 새우 브로셰트를 즐길 수 있어 권할 만하다. 모로코 식 밥인 쿠스쿠스, 과일 한 바구니까지 먹고 나니 청동 주전자를 높이 들어 잔이 넘쳐라 향기로운 민트 티를 따라준다.

다르마그렙에서는 매일 밤, 7시부터 벨리 댄서의 공연이 펼쳐진다. 보일 듯 말 듯, 화려한 너울을 쓴 여인은 휘감을 것처럼 유혹적인 자태로 팔을 움직이며 관능적인 복부를 쉬지 않고 움직인다. 헤롯왕에게 요한의 목을 요구할 수 있었던 살로메 역시 저런 몸짓으로 사람 혼을 빼놓았겠지. 흥얼흥얼대던 모로코 민속 음악도 가끔씩 그녀의 춤사위에 따라 맺고 풀어가며 흥을 돋군다. 모로코 부호의 저녁 식사에라도 초대된 것 같은 기분 좋은 포만감에 꿈결같은 아라비안 나이트는 깊어만 간다.


▲ 종류 : 모로코 요리 ▲ 오픈 시간 : 월-금, 오후 6시-11시, 토, 오후 5시 30분-11시, 일, 오후 5시 30분-10시 30분. ▲ 가격 : 7코스의 만찬이 일인당 35달러. ▲ 드레스 코드 : 세미 캐주얼 ▲ 주소 7651 Sunset Bl. Los Angeles, CA 90046 (Sunset을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Fairfax 조금 지나 Stanley와 만나는 지점, 오른쪽에 있다.) ▲ 예약 전화 : (323) 876-7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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