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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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의 취소

2001-09-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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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법 (57)

▶ 강정억 변호사

이론적으로는 한 쪽에서 오퍼를 하고 다른 쪽이 이 오퍼를 받으면 계약이 이루어지지만 실생활에서 우리가 보는 협상과 계약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한 쪽에서 오퍼를 보내고 마음이 바뀌어 오퍼를 취소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이미 상대방에게 보낸 오퍼를 취소하고 싶어도 오퍼를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어서 그냥 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관련법을 설명해 본다.

<문> 일단 상대방에게 보낸 오퍼는 취소할 수 없나.


<답> 그렇지는 않다. 오퍼는 상대방이 이 오퍼를 수락하기 전까지는 취소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홈 오너인 A가 컨트랙터인 B에게 자기 집의 지붕이 새는 것을 500달러를 줄 테니 고쳐달라는 오퍼를 보냈다고 하자. 이 오퍼를 받은 B가 막 이 오퍼를 수락하는 편지를 쓰려고 할 때 A가 B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컨트랙터와 방금 전에 계약을 맺었으니 내가 보냈던 오퍼는 없는 것으로 해달라"고 말했다면 A와 B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다. A는 B에게 전달한 오퍼를 적시에 취소했기 때문이다. 만약 위의 예에서 컨트랙터인 B가 A의 오퍼를 수락한다는 편지를 우체통에 넣은 다음 날 A가 B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오퍼를 취소한다고 말했다면 이들 두 사람들간에는 계약이 성립되고 만다. 그 이유는 A의 오퍼 취소가 너무나 늦었기 때문이다. B는 오퍼를 수락하는 편지를 발송하는 날짜로 A의 오퍼를 수락한 것이기 간주된다.

<문> 만약 위의 예에서 B가 A의 오퍼를 수락하는 편지를 9월13일 발송했다. 그 편지는 9월15일 C에게 도착했다. 계약은 어느 날짜로 성립되는가.

<답> 9월13일자로 성립된 것으로 법적으로 간주된다. 편지로 보내는 오퍼는 이 오퍼를 수락하는 편지를 발송하는 날짜로 오퍼가 수락되기 때문이다.

<문> 만약 위의 예에서 B가 자신의 오퍼 수락 편지를 9월13일 날짜로 발송했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A에게 배달된 B의 오퍼수락 편지에는 우체국 소인이 9월20일자로 찍혀 있다면 오퍼 수락 날짜는 9월13일인가, 아니면 9월20일인가.

<답> 9월20일로 간주된다. 우체국의 소인이 이 날짜로 찍힌 것이 우체국의 잘못이었는지 아니면 B의 실수였는지에 상관없이 실제로 오퍼를 수락하는 편지에 찍힌 우체국 소인이 오퍼를 수락한 날짜가 된다. 이것은 오퍼를 수락한 쪽은 계약이 법적으로 성립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오퍼를 보낸 쪽은 오퍼가 수락되기 전에 오퍼가 적시에 취소되었으니 둘 사이에는 계약이 없었다고 주장할 때 흔히 등장하는 시나리오이다.


<문> 만약 위의 예에서 홈 오너인 A가 컨트랙터인 B에게 오퍼를 보내면서 이 오퍼는 9월30일까지 답장이 없으면 오퍼는 취소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했고, A의 오퍼를 받은 B는 "내가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하니 조금 더 시간을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A에게 보냈다고 하자. 이에 대해 A는 "당신이 100달러를 미리 보내면 2주를 더 연장해 주겠다"고 B에게 답변을 했고, B는 즉시 100달러를 A에게 보냈다고 하자. A가 그 후 마음이 바뀌어 자신이 약속한 그 2주가 지나기 전에 자신의 오퍼를 취소할 수 있는가.

<답> 없다. 왜냐하면 A와 B간에는 ‘옵션’(option)이라는 계약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A가 자신의 오퍼를 2주간 연장하는 대가로 B가 100달러를 지불했기 때문에 이 오퍼는 2주간 연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옵션 계약은 부동산 매매나 비즈니스 매매에 많이 사용된다.

<문> 만약 A가 오퍼를 B에게 보낸 후 B가 A의 오퍼를 수락하기 전에 A나 B가 사망했다고 하자. 이 오퍼는 어떻게 되는가.

<답> 이 오퍼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어진다. 다시 말해서 A의 오퍼는 무효가 된다.

<문> 위의 홈 오너와 컨트랙터간의 계약을 다룬 예에서 A가 제의한 500달러가 흡족하지 않은 B가 "다른 조건들은 다 수락하지만 공사가격을 600달러로 올려달라"는 답장을 보냈다면 계약이 성립되는가.

<답>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다. B는 A의 오퍼를 수락한 것이 아니라 ‘카운터 오퍼’를 A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카운터 오퍼’란 B가 A의 1차 오퍼를 거절하고 새로운 오퍼를 A에게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카운터 오퍼’는 부동산 거래를 해 본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개념으로 생각된다.

<문> ‘카운터 오퍼’를 보내면 더 이상 협상은 없게 되나.

<답> 그렇지 않다. 위의 예에서 A가 B의 ‘카운터 오퍼’를 수락하면 그 새로운 가격에서 A와 B간에 계약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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