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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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션 (Motion)

2001-09-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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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절차

▶ 김성환 변호사

송사를 밥먹듯 하는 미국이지만 송사는 하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고통이다. 오죽했으면 송사 3년이면 아무리 부자라도 기둥뿌리가 남아나지 않는다고 했을까? 요즘처럼 소송이 많은 세상에서는 소송과 관련된 용어를 알아두는 것이 필수적인 상식이 되다시피 했다. 민사소송에게 가장 자주 쓰이는 술어 중 하나가 바로 모션(Motion)이다. 소송 절차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소송 절차의 하나인 모션을 정리했다.

모션이란 한마디로 법원에 어떤 사안을 신청인에게 유리하도록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절차이다. 모션이 받아들여지면 법원은 명령(Order)을 내리게 된다. 판결처럼 구속력이 있지만, 판결이라고 하지 않고 명령이라고 한다. 소송 당사자의 한 편이 상대방에게 소송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약만 올린다면, 피해를 입은 측이 법원에 모션을 통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소를 제기한 원고나 피소된 피고측 중 어느 쪽이라도 모션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모션을 신청한 측이 보내온 서류를 보고, 여기에 맞서서 상대방은 반박 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수 있다. 처음 모션을 신청했던 측은 상대방이 제출한 반박에 맞서 다시 응답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순서를 밟게 된다. 법원은 정해진 날짜에 나와 쌍방이 법정에서 밝힌 주장 그리고 이미 접수된 서류를 기초로 판단을 하게 된다.


모션에는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서류가 있다. 먼저 모션이 열린다는 것을 알리는 공지 내용(Notice), 모션 신청을 법리적으로 뒷받침하는 법률 설명서, 그리고 모션 신청에 뒷받침되는 모션 신청자의 소명서가 바로 그것이다. 주 법원에서는 보통 모션 청문회가 열리기 15일 전에 모션을 신청한 측이 필요한 신청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일단 모션이 신청되면, 상대방은 신청된 모션을 두 가지 측면에서 반박할 수 있다.

첫째, 모션이 법이 정한 양식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둘째는 법률적인 하자를 지적할 수 있다. 가령 모션을 신청할 만한 법적, 사실적 뒷받침이 없다는 것을 따질 수 있다. 소송 기술상 가능하면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공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되면 당초 모션을 신청했던 측이 이 반박을 다시 반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반박은 법원의 결정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모션은 반드시 상대방에게 통보한 뒤 쌍방이 시간을 갖고 준비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한 쪽이 법원에 신청해 상대방이 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 진행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른바 단독 모션(Ex Parte Motion)이 바로 그것이다. 사안이 긴급할 때 하는 모션이다.

단독 모션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하루 전에 상대방에게 모션을 신청했다는 것을 통보해야 한다. 이 통보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그것이 바로 모션 기각 사유가 된다.

실제로 모션이 많은 경우는 이미 제출된 소장을 바꾸거나 쌍방이 자율적으로 진행해야 할 법정 밖 소송 절차의 하나인 사실관계 확인(Discovery)에 문제가 있을 때 이것을 바로 잡기 위해 신청할 수 있다. 피고가 소송에 응답하기 전에 원고는 항상 임의로 소장을 바꿀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피고가 소장에 응답을 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때는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비로소 소장을 바꿀 수 있다. 피고가 응답한 다음 원고가 소장을 바꾸고자 할 때는 모션을 통해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실관계 확인 절차도 마찬가지이다. 사실관계 확인은 일반적으로 양측이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그렇지만 한쪽의 사실관계 확인 노력을 다른 일방이 무시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법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 역시 모션을 통해 법원의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판사가 모션 신청에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시하면, 모션 신청을 했던 측은 판사가 문제점으로 지적한 사항을 고쳐 다시 모션을 신청할 수도 있다.

한편 모션을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하면 법원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가령 모션을 상대방을 괴롭힐 목적으로, 혹은 재판 일정을 고의로 지연시킬 목적으로 사용했을 때 피해 받은 측 혹은 재판부의 임의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판부가 모션을 잘못 사용한 측에게 벌금형을 물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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