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타운’ 개명 공방

2001-07-07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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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크우드 상공회의소 여론 수렴...11년전 상황과 비슷

지난해부터 레이크우드 상공회의소가 추진해온‘한인타운(Korea Town)’개명 문제를 놓고 현지 상공인들 사이에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고 타코마의 뉴스 트리뷴지가 6일 심층 기획기사로 보도했다.

상공회의소는 한인업소 밀집지역인 Hwy-99 선상 84가부터 96가까지 구역의 영문표기를 현재‘International Business District(국제 비즈니스 구역)’에서‘Korea Town(한인타운)’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공청회와 설문조사를 통해 여론수렴에 나서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타코마 한인회 김경곤 회장은“국제구역이라는 명칭이 너무 광범위해 이 지역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개명의 당위성을 강조했으나 대다수 비 한인 업주와 주민들은“명칭 개정은 또 다른 역차별”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트리뷴지는 덧붙였다.


이 구역은 이미 11년 전 명칭문제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피어스 카운티 당국은 구역 내 20%가 한인업소로 채워지자 이 구역을 한인타운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비 한인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영문 밑에 한글로‘한인타운’을 병기하는 선에서 절충됐었다.

하지만 부한식품과 팔도식품, 신신백화점 등 대형 한인업소를 중심으로 한인 비즈니스가 모여들면서 구역 내 한인업소 비율이 70%를 넘어서자 다시 구역명칭 변경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고 뉴스 트리뷴지는 보도했다.

이 신문은 11년 전과 마찬가지로 개명문제에 비한인사회가 호의적이지 않다며“100% 한인가게가 아닌 이상 한인구역 지정은 타문화를 배제시키겠다는 발상”이라는 지역 상인 맥 위크맨의 말을 인용했다.

코스타리카 태생 제프리 윗 Jr.도“한글로 병기된‘한인타운’표시자체가 못마땅하다”며 한글뿐 아니라 레이크우드시의 8천여 히스패닉/멕시칸을 위해 라틴어 등 타언어도 반드시 병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이크우드 상공회의소의 린다 스미스는 한인업소들이 일정지역에 군집해 있는 반면 히스패닉 업소들은 분산돼 있어 한인타운 명칭이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스미스는 이 같은 구역 특성을 고려,‘한인타운’개명에 대한 영어 설문지를 120업소에 발송했으나 겨우 18건만 회수됐다며“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명칭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타코마 한인회 김경곤 회장은 지난 4월17일 시와 한인 업주들의 미팅에서 언어적 제약으로 설문 응답률이 적었다며 한인회에서 한국어 설문조사를 통해 한인업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4월 미팅에 참가한 부한식품 한승한씨 등 한인 업주들은“한인타운 개명에 한인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회장은“LA를 제외하고 정부 당국에서 공식적으로 한인타운을 지정하는 것은 레이크우드가 처음일 것”이라며 이의 관철을 위해 한인들이 시 공청회에 많이 참석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역명칭 변경을 놓고 시당국과 상공회의소는 오는 17일 오후7시 레이크우드 퀄리티 인(Quality Inn)에서 공청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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