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우크라 광물협정 체결
▶ 광물·천연자원에 공동 투자
▶ ‘러, 우크라 침공’ 공식 인정
▶ ‘EU 가입’에 걸림돌도 제거
▶ 우크라 요구 ‘안전보장’ 빠져

스콧 베센트(왼쪽) 연방 재무장관과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DC에서 미-우크라 광물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 협정이 우여곡절 끝에 체결됐다. 지난 2월28일 양국 회담이 파국으로 끝나며 협정 체결이 무산된 지 두 달 만이다. 협정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을 미국이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로선 광물을 내주고 러시아 압박 지렛대를 하나 가져온 셈이다.
스콧 베선트 연방 재무장관과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지난달 30일 워싱턴 DC에서 광물협정에 서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협정문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재건·투자 기금’을 설립하고, 광물·천연자원에 공동 투자해 그 이익을 양국 간에 분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광물 채굴권은 우크라이나의 소유로 남을 예정이며, 구체적인 채굴 장소와 내용도 우크라이나가 정한다. 미국에 자포리자 원전 통제권을 넘긴다는 조항도 담기지 않았다. 향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하는 경우 해당 금액이 투자 기금의 기여로 반영되며, 지금까지의 군사 지원 비용은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미국은 성명에서 협정 체결 배경에 대해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 이후 미국 국민이 우크라이나 방어에 제공한 재정적·물질적 지원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명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러시아의 전쟁 책임 부각을 꺼려왔다. 미국이 성명 등 공식 문건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물 협력의 대가로 ‘전쟁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미국의 간접적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가 협상 초기부터 강력히 요구해온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계획과 충돌할 수 있는 요소가 빠진 점 등 미국도 협상 초반에 비해 우크라이나에 상당 부분 양보했다고 미국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러시아 측은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일 텔레그램을 통해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굴복시켜 광물 자원으로 (군사 지원)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다”며 “이제 우크라이나는 사라져 가는 국부로 군사 원조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를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우크라이나 측 설득이 다소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액시오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바티칸 회동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설득했고, 종전에 앞서 무조건 휴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양보는 두렵지 않으나 더 강한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이 열린 바티칸에서 의자 2개만 놓고 15분간 대화를 나눴는데, 구체적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실제 이날 회동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푸틴이) 그런(전쟁을 멈추고 싶어 하는) 척하며 나를 속이는 것 같다(tapping me along·‘가스라이팅’ 같은 의미)”며 러시아를 공개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