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지 분석
▶ 대형 기업체 속속 몰려 구인난 심화
지금까지 비즈니스 환경 면에서 줄 곳 전국 상위권에 올랐던 시애틀이 급속한 성장에 따른 투자환경 악화로 결국 보잉사를 떠내 보내게 됐다고 시사 주간지 타임이 보도했다.
타임지는 최근호에서 워싱턴주의 터줏대감 기업체인 보잉의 본사이전 발표에 따라 시애틀은 거간의 비즈니스 친화적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입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애틀에‘제트 시티’라는 별명을 제공해준 장본인이며 워싱턴주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보잉은 올 가을 본사를 달라스, 덴버, 시카고 가운데 한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본사 직원 1천여명 가운데 절반인 5백명 정도가 새 본사로 가고 에버렛, 렌턴 등 퓨젯 사운드 지역에 근무하는 7만8천여명의 기술직 종업원들은 그대로 잔류하게된다.
하지만, 노조 측은 보잉의 본사이전이 궁극적으로 생산시설을 퓨젯 사운드에서 타 주로 옮기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며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사 이전을 공식발표한지 이틀만에 렌턴공장의 757기 동체 조립 작업을 캔사스주의 위치타로 옮긴다는 추가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필 콘딧 회장은 본사 이전 결정이 보잉의 성장세 유지를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잉은 지난 5년간 맥도널 더글라스를 비롯, 휴즈 일렉트로닉스의 위성사업 부문, 라크웰 인터내셔널의 우주·국방사업 부문등을 잇따라 인수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해왔다.
라크웰과 휴즈사는 캘리포니아주에, 맥도널 더글라스는 세인트 루이스에 각각 본거지를 두고 있다.
콘딧회장은 본사이전이 “순발력과 유연성의 문제”라며 급격한 변화와 팽창을 요하는 사업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타임지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순발력이나 유연성은 보잉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며 본사를 옮긴다해도 결정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현재 세계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비행기제작 사업에서 눈을 돌리면 보잉이 그만큼 위험부담을 안게될 것이라는 토도 달았다.
타임지는 요즘 보잉 외에 많은 기업체가 본사를 생산시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두고 군살을 빼는 작업을 유행처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애틀은 그동안 풍부한 고급인력과 잘 갖춰진 문화 및 스포츠 시설, 그리고 주변의 뛰어난 자연환경 등을 내세워 많은 기업체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런 점들이 다른 기업체들에는 호조건이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보잉에는 반대로 작용했다고 타임지는 꼬집었다.
즉, 지난 90년대에 최고 10만여명까지 고용했던 보잉은 이 지역의 한정된 숙련공들을 채용하기 위해 타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했다.
지난해에는 기술직 종업원노조(SPEEA)가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38일간 파업을 벌여 항공기 제작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다.
보잉의 규모가 너무 커 이전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시애틀 당국은 지금까지 보잉측의 세금감면 요구 등을 묵살해왔다.
게다가 시애틀의 급속한 팽창으로 도시계획 및 환경 규제가 대폭 강화돼 보잉으로서는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콘딧회장은 이전 후보지 물색에 단순히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만을 고려하지는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발표된 세 후보 도시들은 각종 호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세금이 없는 지역을 내세우는 달라스는 비즈니스 친화적인 주 정부와 아메리칸 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고객 항공사들과도 가깝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시애틀의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덴버는 직원들이 야외활동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는 도시로 꼽히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항공의 본사가 위치한 시카고는 보잉이 필요로 하는 기업환경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