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머타임(일광 절약시간)이 시작돼 졸지에 한 시간을 손해봤다. 무덤 속에 누워있는 사람이 아니면 누구에게나 시간은 귀중하다. 한 번 지나가면 절대로 되잡을 수 없는 것이 시간이다. 잠자는 사이 한시간을 삥땅 당했으니 4월 1일은 23시간만 산 셈이다.
말이 쉬워 한시간이지 분으로 환산하면 60분, 초로는 3600초이다. 빛이 지구를 2만7천 바퀴나 돌 수 있고 시애틀에서 비행기를 타면 거의 샌프란시스코에 도달할 수 있다.‘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있듯이 보통 근로자들이 그 시간에 일하면 10달러는 너끈히 벌 수 있다.
그런데 자기 시간은 황금 같이 여기면서 남의 시간은 돌을 보듯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다. 약속은 빚이다. 꾼 돈을 갚듯이 꼭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성공의 절반은 약속 이행으로 이뤄진다”는 서양 속담도 있다. 특히 시간 약속은 인격에 관한 문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한 소년과 약속한 시간에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찾아갔다가 일경에 체포돼 결국 옥사했다.
장사 일로 만나기로 해놓고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면 상대방은 기다리는 동안에“이 사람, 안되겠군”이라고 판단하고 상담을 파기하기 위해 둘러댈 이유부터 생각한다. 내가 아는 한 노총각은 선보기로 한 날 약속 시간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나쳤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자약했다. 그가 40이 되도록 장가 못간 이유를 알만 했다.
대학재학 시절 유난히 늦게 들어와서 빨리 나가는 교수가 한 분 계셨다. 학생들 사이에 당연히 인기가 좋았지만 한 깐깐한 친구는 불만이 대단했다. 그 교수가 10분 늦게 들어와 10분 빨리 나간다고 가정할 때 우리 과 학생 40명을 뭉뚱그려 계산하면 하루의 절반 이상인 13시간을 손해본다는 것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니 그 친구는 참으로 선각자였다.
작가 셔리 리처드슨은 근저‘생활전선’에서“지각은 버릇이다. 이 버릇은 신용상실을 낳고 결국 스스로를 궁지에 빠뜨린다”고 썼다. 그의 말처럼 시간은 유한하고 상대적이다. 자기가 빈들빈들 지낸다고 남들도 시간이 남아도는 줄 알면 착각이다. 대부분의 한인 이민자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일하고 있다.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은 실천 의지도 없으면서 시간 약속을 너무 쉽게, 또는 너무 많이 해놓는다. 반면에 성공한 사람들은 시간엄수를 생활화하고 있어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반은 이기고 들어간다.‘시간과 경비’를 쓴 쉐인 길버트는“시간 약속은 생활계획이다. 부엌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재료를 넣듯 제때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들의 형편없는 시간관념은‘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입증한다. 코리안 타임은 다른 말로‘도둑맞은 시간’이다. 결혼식도, 장례식도 20~30분 늦게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타성에서 탈피하자. 코리안 타임이‘안 지키면 도둑 취급받는 시간’을 뜻하는 말이 되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