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보고 철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세상에 세금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세금을 내지 않고 배겨내는 사람도 드물다. 잔머리를 굴려서 푼돈을 아끼려다 목돈을 잃는 사람이 많다. 벤자민 프랭크린은‘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과 세금’이라고 갈파했다.
‘세금을 안내는 것이 돈버는 길’이라는 농담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탈세는 결코 인지상정이 아니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절세와 법을 어겨가며 세금을 안 내는 탈세는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 세법은 공정과세와 자진납세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전국에서 매년 세금보고를 하는 납세자가 1억9천여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세청(IRS)은 이들 가운데 매년 3% 정도를 감사한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필자도 몇 년 전 비용을 줄인답시고 독자적으로 세금보고서를 엉성하게 작성해 보냈다가 IRS로터 탈세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한 CPA는 탈세자들을‘시험감독 없는 우등생 반에 끼어 염치없이 커닝하는 열등생’이라고 꼬집었다. 매우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인격과 양심을 믿고 채택한 자진 납세제를 악용하며 자승자박하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한 한인 업주가 얼마전 판매세를 턱없이 줄여 연방정부에 보고했다가 실형을 산 일이 기억난다. LA, 뉴욕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비슷하게 망신당한 한인 업주들이 있었다. 특히 시카고에서는 고객들의 엉터리 수입보고 때문에 CPA 두 명이 1년씩 실형을 살았다.
한인 업주들의 가장 흔한 속임수는 현찰놀이와 매상 줄이기로 알려져 있다. 종업원들에게 현찰로 임금을 줘 영업규모를 속이거나 누가 봐도 도저히 먹고 살 수조차 없을 정도로 수입을 줄여놓고 거기에 맞춰 세금보고를 해달라며 막무가내라고 한 CPA는 개탄했다.
또, 세금은 속여도 교회 헌금은 많이 한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며 이들은“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예수의 가르침(마 22:21)도 모르는 모양”이라고 그 CPA는 꼬집었다.
재산은 그 자체에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전 영국수상 벤자민 디즈테일리의 말이 생각난다. 정직한 시민은 반드시 나라의 혜택을 입는다는 러시아 격언도,‘내는 손이 부자’라는 영국 속담도 있다.
한인 업주들도 비즈니스를 미국 정부와 합작으로 한다는 의식구조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입이 많으면 파트너인 정부의 몫(세금)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관계법을 잘 이용하면 세금을 줄이면서 크레딧도 키울 수 있다. 세금 안내는 것이 돈버는 길이 아니라 세금 많이 내고 혜택도 많이 받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정도며 미국식이다.
들리는 말로는 세금보고와 관련한 한인들의 성실성이 별로 좋게 평판 나있지 않은 모양이다. 억지로 세금을 줄이려들 것이라 빈틈없는 택스 플랜을 세워 그에 따라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CPA는 바로 그런 일을 돕는 전문가임을 이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