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 노릇에도 리더십 필요

2001-03-24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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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식 때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칭얼대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는 선생님의 말이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에만 온 정신이 팔려있다. 엄마가 아이를 달래 보다가 끝내 화를 내고 야단치는 바람에 아이가 더욱 주눅드는 모습도 간간이 볼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엄마에 대한 애착이 지나치게 강한 탓에 다른 사람이나 바깥 세상은 도무지 낯설어하며 마음을 붙이지 못한다.

아이는 엄마의 뱃속에 있다가 세상에 나와 처음 일년반은 모든 것을 엄마와 함께 하는 공생관계에 있게 된다. 그러나 18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엄마는 아기가 자신의 품에서 떨어져나가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그 후에는 아기가 바깥 세상을 구경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이 기업 성공의 열쇠이듯 자녀양육도 부모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자녀가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고 엄마의 치맛자락만 붙들고 늘어지면 엄마는 야단칠 것이 아니라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고 아이가 격리 개별화(separate individualization)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훈련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엄마가 하루 이틀은 아이와 함께 수업 받으며 아이를 충분히 안심시키고 다음날에는 반나절만 함께 있다가 돌아간다. 사흘째는 교실까지만 바래다주고, 나흘째는 학교교문까지, 닷새째는 집과 학교의 중간 지점까지 데려다주며 엿새째는 집 대문에서 웃으면서 아이를 학교로 보낸다.

부모와의 격리 개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교생활뿐 아니라 친구 교제나 학습의 부진 등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는 조금씩 물러서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손꼽히는 정경화씨는 어머니의 지극한 음악 교육열 때문에 자신과 형제들이 세계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자녀들의 음악교육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이민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지나치게 고집하지 않았고 공을 내세우지도 않았다고 정씨는 말한다.

미국의‘골프 신동’타이거 우즈가 프로골퍼로 대성한 배후에도 어머니의 리더십이 숨어 있다. 처음 우즈가 골프를 힘들어할 때 그 어머니는 자식의 의견을 존중했고 부모 자식간에 충분한 상의를 거쳐 매사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이끌어줌으로써 운동과 학교수업을 효과적으로 병행하도록 했다고 한다.

성공한 사람 뒤에는 항상 부모의 리더십이 있었다. 특히, 경우에 따라서는 자녀에게 양보하고, 위험에 부딪칠 때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며, 자녀의 독창성을 인정하고, 소질을 일찍 발견해 육성해주는 등 사려 깊은 리더십이야말로 오늘날 자녀 양육의 필수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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