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본 내 해골

2001-03-1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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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투병중인 한인사회의 한 저명인사를 위해 지난 주 3백여명이 모여 그의 쾌유를 비는 기도회를 가졌다는 신문보도를 읽고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필자도 지난 해 뜻밖에 암의 징후를 발견하고 벼랑 끝에 선 좌절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최초 진단에 충격 받은 어머님과 아내가 나의 쾌유를 위해 혼신을 다해 기도했다. 그 후 수술을 받아야할지 여부를 확인하려고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유명한 암 전문의를 찾아갔다. 몇 시간에 걸쳐 내 몸을 속속들이 검사한 그는“도대체 병원엔 무엇 하러 왔느냐”며 소리치는 것이었다. 1차 검진에서 분명히 보였다는 암 징후가 불과 3~4개월만에 깨끗이 사라졌다는 얘기였다.

필자는 뛸 듯이 기뻤지만 그 때 그 지독한 암 검사를 체험하면서 많은 인생 공부를 했다. 대형 TV 스크린에 비쳐진 나의 본 스캔(뼈 투시) 사진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매일 거울에서 보는 내 알량한 얼굴이 거기엔 없었다. 그저 앙상한 해골바가지가 있을 뿐이었다.“무슨 사진이요?”라고 물으니 의사는“당신의 백년 뒤 모습이요”라고 대꾸했다. 겸연쩍어 실쭉 웃었지만 화면 속의 해골은 전혀 웃지 않았다.


직업상 잘 읽는 눈빛과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도 해골에서는 읽을 수 없어 답답했다. 뼈 외에 모든 게 헛것임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내가 설령 성형수술을 하고 분칠을 한다해도 결국은 해골 모습임을 깨달았다. 삶에 말이 필요 없는 듯했다. 인생 철학도 한낱 궤변이요 변명일 뿐이었다.‘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는 암이 해골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듯 했다. 자존심이 허망하게 무너졌다.

세계는 바야흐로 항암전쟁에 몰입해 있다. 암의 치료율보다 사망률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 미국인 총 사망자 230여만명 가운데 암으로 죽은 사람이 23%인 54만여명으로 심장마비(31%, 72만여명)에 버금 한 것으로 조사됐다(1998년). 전립선암과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18만4백여명에 달했다고 한다(2000년).

암에 걸렸다고 비굴해질 필요는 없다. 만병이 모두 그렇지만 암도 예방책을 습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마디로 운동과 채식이 요체라고 한다. 미국 채식주의 보급교육 협회장인 하이샤프트 박사는 연방상원 특별위원회에 나와 암이 육식과잉에 기인한다고 증언했다. 이 위원회는 유방암, 소장암, 대장암, 전립선암, 간장암, 위암 등이 모두 식사와 관련성이 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식이요법으로 암 예방이 가능하다는 현대의학의 가르침은 우리 조상들의 소육다채(少肉多菜) 식생활이 절대적으로 우수했음을 입증한다. 역사에 비쳐진 유명한 채식주의자들 가운데는 에디슨, (벤자민) 프랭클린, 간디, 휴고, 룻소, 밀턴, 톨스토이, 다윈, 뉴턴 및 중국의 노자 등이 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90을 향수한 수학자 파라고라스는 검은 빵과 물과 채소만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한인들도 돈벌이보다 건강유지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 천하의 재물을 얻고도 생명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나뿐인 생명을 암에 희생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해골의 진실을 통해 창조주의 섭리를 터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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