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절정기를 늦추면서 끝없이 지속될 것처럼 보였던 주가의 고공비행은 이제 역사의 한 장이 되고말았다. 지난 1년 사이에 벌어진 주가 폭락은 미래의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일처럼 위험스런 장난이 드물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신경제의 바로메터’로 불려도 전혀 손색없을 것 같던 나스닥(Nasdaq) 지수는 1998년 10월부터 2000년 3월 사이 3배 이상 뛰었고 수개월마다 1000씩 파죽지세로 치솟았다. 그러나 작년 3월초 5049를 기록했던 나스닥 지수는 최근 2117로 내려않아 12개월만에 58%가 떨어졌다.
미국 경제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불황 가능성을 크게 부채질하는 주역도 주가폭락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년동안 주가하락으로 인한 미국의 부의 상실 규모는 근 4조달러에 달한다. 이는 총 주식가격의 30%에 해당하며 2000년도 국내 총 생산의 40%가 넘는 천문학적인 수치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가난해졌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투자와 소비가 크게 위축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다.
향후 1년간의 주식시장 동향을 정확히 예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주가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미국의 제반경제 환경은 불황을 면한다고 가정해도 지난 3년간의 상황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이같은 변화를 감지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그 대응 방법으로 비용절감과 함께 주가 하락으로 인한 스탁옵션 가치 저하를 일부 보상해주는 수단으로 봉급인상 정책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당분간 미국 기업의 투자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며 특히 하이텍 부문이 큰 피해를 당하게 된다. 그간 엄청난 기업투자 확대로 크게 덕 본 하이텍 분야가 축소되면 경제 전반에 걸친 생산성 감소 현상을 동반 할 것이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 이윤이 낮아지며 주식가격도 하락한다. 주가 하락은 다시 경제를 약화시키고 이윤이 감소하면 은행 대부도 조심하게 된다. 대부활동 약화는 소비와 투자 활동을 늦출 수밖에 없다. 이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중앙은행은 금리인하 정책을 도입했지만 그 효력이 발생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재정 정책의 일환으로 부시 대통령은 거의 2조달러에 달하는 감세 정책 채택을 서두르고 있으나 이 역시 그 효력이 피부로 느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자들의 무드는 천장부지로 오르는 주식시장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서 생기는 투자이익 기회 상실을 우려하는 쪽이었으나 지난 1년 사이에 완전히 반대로 바뀌고 말았다. 주식에 투자하지 않아서 생길지도 모르는 돈벌이 기회 상실보다 투자했다가 돈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한때는 돈벌이 지름길이 마이크로소프트, 델컴퓨터, 씨스코사 등 하이텍 회사의 주식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에서 판가름 날 듯이 보였다.
주식가격의 대폭 하락은 대부분의 주가 수준을 다시 투자 매력을 느낄 만큼 끌어 내렸다. 그렇다면 지금이 주식 투자의 적기일까? 앞으로 주가가 현 수준에서 더 내려가기보다는 다소 오를 확률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이 내 개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