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제의 주원인으로 흔히 부모-자녀간의 대화부족이 꼽힌다. 그러나‘대화의 필요성’만 강조될 뿐 그 방법이나 기술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그 때문에 자녀의 입을 열게 하는 방법, 특히 자녀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화 기술을 알지 못해 답답해하는 부모들이 많이 있다.
이런 부모들은“아이가 묻는 말만 대답할 뿐 그 이상은 말하려들지 않는다”“아이가 불만이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무엇이 불만인지 종잡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한편 자녀들은“부모님이 일방적으로 명령하거나 시시콜콜 충고하려 들기 때문에 대화하기가 귀찮다” “장래문제 등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어도 부모님이 성급하게 앞질러서 결론부터 내리기 때문에 얘기할 맛이 안 난다”“시험을 잘 못 봤다고 말해 보라. 왜 그랬냐며 욕부터 듣는다. 그래서 한두번 하기 시작한 거짓말이 예삿일로 돼버렸고 피차 본심이나 진실한 감정을 보이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왜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조력자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을까? 자녀들은 왜 그들의 고민을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게 돼버렸을까?
심리학자와 카운슬러들은 건전한 인간관계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사소통의 기술에 필요한 요소로서 이들은‘수용적 언어’와‘능동적 청취법’을 강조한다.
자녀로 하여금 자기 기분이나 문제를 털어놓고 싶은 기분이 들어 마음의 문을 열도록(door-opener) 하는 것이 곧 수용적 언어다.
다시 말하면 자녀들이 술술 말하도록 초대장을 띄우는 것이다. 부모 자신에 앞서 자녀들이 먼저 그들의 생각, 판단,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대화라는 게임에서 자녀에게 공(ball)을 넘기거나 자녀들이 공을 가지고 있게 하는 기술이다. 괜히 질문, 충고, 비난 등을 던져 자녀에게서 대화의 공을 빼앗지 않는 것도 그 기술이다.
가령 자녀가 화가 나서 대문을 박차고 씩씩거리며 들어온다면 대부분의 부모는 우선 꾸짖고 본다. “너 왜 점잖지 못하게 대문을 발로 차니?”“화만 낼게 아니라 말을 해봐”“너 또 어디서 싸웠지!”“맨날 그렇게 바보같이 행동하지 마라”고 쏘아붙인다. 그러면 아이들은“싸우던 말던 무슨 상관이야”“알지도 못하고 싸운다고 야단이야”“엄마는 내편이 아니야, 내 마음을 몰라”라며 대화에 필요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마음의 문을 여는 말은 상대방을 수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는 부모가 자녀를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한다는 마음을 전달한다. “웬일이니, 화가 많이 나 있구나. 이유를 말해 줄 수 없겠니?”“우선 네가 하고 싶은 말부터 들어보자”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데...”“넌 어떻게 생각하니?”...이런식으로 말해도 대화에 응하지 않는 자녀가 있을까?
자녀들이 스스로 부모들조차 존중하는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이고, 자신의 마음과 의견이 수용되고 있으며, 항상 부모님 관심의 첫 번째 대상이 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면 싫다고 할 자녀는 없을 것이다.
자녀에게 대화의 초대장을 보내자. 자녀의 말이 이어지는 것을 부모가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자녀와 즐거운 대화의 광장으로 나아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