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국민의 명성은 개인의 명망과 마찬가지로 쌓기는 힘들고 허물기는 어처구니없이 쉽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위신은 물론 한국의 체면에 최근 30년동안 가장 큰 흠집을 남긴 위인들로 박동선, 김창준, 그리고 데이빗 장을 뺄 수 없을 것이다. 이들 삼총사가 스스로의 명예도 크게 구겼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박동선은 1970년대에 당시 박정희 정권을 등에 업고 워싱턴 정가에서 로비스트로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로비스트 직종에 나쁜 인상을 심어줬고 특히 한국에서는 그 뒤 로비스트가 가장 혐오 받는 직업 가운데 하나로 전락하는 계기가 됐다. 로비가 특정 이익 집단을 대표하는 교육적 임무 수행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술이나 접대하며 뇌물이나 건네는 잡역부 역할로 타락시켰다.
김창준은 한때 한인들의 희망이었고 롤모델이 되는가 싶었다. 최초의 한인출신 연방하원 의원으로 재미동포들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사람쯤으로 숭앙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너무나 상식 밖인 그의 범법행위와 부도덕성은 한인을 수치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 자신도 수사당국의 지시로 발목에 전자 신호기를 매달고 가택연금을 당하는 등 수모꾸러기 신세가 되기도 했다.
지난 수년동안은 적어도 집단의 체면에 먹칠하는 인물이 없어 다소 안심됐었으나 최근 뉴저지 지역의 사업가로 알려진 데이빗 장이 한인 이미지 끌어내리기 운동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장에 대한 보도는 수개월 전 뉴욕 타임스를 통해 처음 접했다. 한가지 이해되지 않는 점은 한인 언론매체에는 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그렇다.
장이 저지른 실수도 알고 보면 미국의 제도에 대한 몰이해와 비 상식이 합쳐진 결과이다. 상식으로는 납득이 안가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뉴저지주 상원의원인 로버트 토리첼리에게 건넸으며 그것을 미끼삼아 백악관까지 수 차례 드나들며 클린턴 대통령과 식사도 하고 기념촬영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받은 토리첼리 의원은 IMF 이후 기업 매각 당시 장이 탐냈던 것으로 알려진 모 기업 인수를 지원하기 위한 서신을 한국의 요로에 띄웠으나 자금 능력이 되지 않는 장의 실체가 밝혀져 수포로 돌아갔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다. 이 상원의원도 장과 관련된 문제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는 물론이며 세계에서 가장 평판 좋은 뉴욕타임스의 1회 전면 광고료는 무려 10만달러나 한다. 내가 읽은 이 신문의 장씨 스캔들 기사는 거의 전면을 할애한 것이 두차례나 됐다. 최근 장의 대 북한 무역과 관련, 미국무성 북한 담당 책임자의 수뇌사건을 다룬 반 페이지 기사까지 포함하면 수십만달러어치의 광고료에 해당하는 기사가 나간 셈이다. 한인 사회 전체에 수치스러운 일이다.
1980년대 미국인을 상대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이티, 베트남, 그리고 멕시코에서 이민 온 사람들과 함께 가장 싫어하는 이민자 부류에 포함돼 있다.
미국내 주요 일간지에 한인에 관한 나쁜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가슴은 콩알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