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착한 딸 살려주세요"
▶ 27일 골수기증운동 참여 당부
<포틀랜드-권종상 기자> 착한 딸에게 왜 이런 시련이 와야 하는지, 신순덕(미국명 마리아 밀러)씨는 하늘에 따지고라도 싶은 심정이다.
늦게 본 귀염둥이 딸은 이제 갓 스물인데 계속되는 방사선 치료로 인해 피골이 상접하고 머리도 모두 빠져 버렸다. 통통하고 예뻤던 딸의 사진을 보고 있던 신씨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나마 딸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내일부터 딸 요안나는 이혼한 남편의 집으로 가게돼 마음대로 볼 수 없게 된다.“Mom, I’ll be fine.(엄마, 나 괜찮아질거야)”라는 요안나의 말이 신씨의 귓전을 맴돌았다. 그리스에서 살고 있는 신씨는 아픈 딸을 두고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곳의 그리스인 친구 집에서 기거하며 가끔씩 딸을 만나고 있다.
요안나는 포틀랜드 주립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섬세하고 여린 감성의 요안나에게 미술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영역이었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예술가로 대성할 것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999년 봄, 요안나는 파트 타임으로 하던 은행 일조차 못할 정도로 허리에 통증을 받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도 의사들은 아무 이상 없다고 말할 뿐, 특별히 어디가 나쁘다고 딱 찍어 말해주지 않았다.
여름방학중 유럽 여행을 간 요안나는 너무 몸이 좋지 않아 검진을 받아보고, 자신이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돼, 미국으로 바로 귀국했다. 그리고 1년 가까이 기다려 골수를 제공받아 이식 수술을 했으나 형질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
그동안 한인사회에서 몇 번이나 골수 이식을 위한 헌혈 운동을 했었지만 맞는 형질을 찾을 수 없었다. 요안나에게 맞는 골수는 백인계와 한국계의 혼혈인의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 까다롭다.
미 공군사관학교 재학중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가 시애틀에서 골수이식 수술을 받고 재기한 입양 한인 성덕 바우만 군의 경우, 한국에서 골수 기증자를 찾을 수 있었지만 요안나는 그런 행운을 바라기도 힘들다. 피붙이인 오빠도 형질이 틀려 동생을 도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안나를 살릴 방법은 골수를 빨리 찾아내는 것뿐이다.
이 때문에 오는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OHSU 병원에서 다시 헌혈 및 골수 기증행사가 열린다. 자세한 문의는 (503)356-0320.
신씨는 요안나가 고통을 심하게 받아 병원에서 의료용으로 제공하는 마리화나를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됐다며 눈시울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