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생필품과 같아서 있으면 편하고 없으면 아쉽다.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는 아이도 돈을 쥐어주면 그친다. 다섯 달란트로 곱빼기 장사한 종을 주인이 극구 칭찬한 얘기도 성경에 나온다.“돈이 말한다(Money talks)”는 미국 속담이나“돈 없으면 친구도 떨어진다”는 일본 속담은 돈의 위력을 한마디로 대변한다.
돈은 힘(권력)과 직결된다. 지난 11월 워싱턴주 선거에서 3선의 슬레이드 고튼 의원을 꺾고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된 마리아 캔트웰은 선거비로 자그마치 1천만달러를 썼다. 한국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권력을 이용해 엄청난 돈을 부정축재 했다가 옥살이를 했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권력 이동”에서 돈의 속성인 부패와 폭력에서 인류문화의 타락성이 노정된다고 지적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싸놓으면 악취가 풍기게 마련이지만 자기 노력으로 깨끗하게 벌어 선한 일을 위해 쓰는 돈에서는 향기가 난다. 똑같은 돈이라도 피땀 흘려 벌어 불우 이웃을 위해 내놓은 성금은 액수는 적어도 정녕 귀하고 아름답다.
반드시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미국사회와 달리 한국에선 불로소득이 많다. 요즘 이곳 한인사회에도 횡행하는 세뱃돈이 그중 하나다. 연초에 아랫사람이 웃어른에게 세배를 올리고 웃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덕담을 해주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세시풍습이었다. 덕담을 이해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적은 액수의 세뱃돈을 주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할지 모르지만 문제는 액수가 자꾸 인플레 된다는 사실이다. 요즘엔 세뱃돈으로 1달러를 주면 입을 내미는 어린이들이 많다. 설날이 공짜로 돈 생기는 날로 인식돼서는 곤란하다. 어린이들의 근로의식 형성에 크게 해롭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의례적으로 들고 가는 돈 봉투도 불로소득 의식을 조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조비가 정성이 아닌 제스처로 퇴색 된지 오래다.
신·구정에 즈음해서 현찰 선물의 폐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돈 말고도 선물로 줄 수 있는 품목이 많다. 그 중에서 필자는 책을 선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교훈과 사상이 담겨져 있다. 책을 읽으면 감동받고 자아를 발견하며 인격도야에 크게 도움을 받는다. 컴퓨터에서 잡다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 시대에 한 권의 시집을 선물해 보라. 상대방이 그 시를 읽고 나면 돈으로 될 수 없는 정서순화와 인격형성에 분명히 보탬이 될 것이다.
돈에 신물나는 세상에서 “마음의 향기”를 발산하자. 책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귀한 선물이다. 책을 선물하면 투자가치가 극대화된다. 돈 선물이 조장하는 형식과 겉치레에서 이젠 벗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