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미국 땅에 뿌리를 옮긴 한인들은 아메리칸 드림 성취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경제적 자립기반을 마련, 남보다 나은 위치에 하루빨리 올라서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일에 열중하며 살고 있다.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말에는 대부분 교회에 나간다. 그러나 교회에서조차 거의 온종일 예배와 기도와 공동체 활동으로 시간을 보낸 뒤 집에 돌아와서는 지친 몸으로 졸면서 TV를 시청하다가 하루를 마감하고 만다.
이렇듯 틀에 박힌 힘겨운 생활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기란 매우 어렵다. 성경은“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일주일 중 엿새는 열심히 일하고 하루는 휴식과 감사의 축제를 통해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한편으로 쉬고 즐긴다는 것, 즉 일상과 축제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삶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열등감을 덮어 줄 무엇인가를 추구한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돈을 웬만큼 벌어도 더 많은 재물을 원한다. 권력에 억눌렸던 사람들은 출세해도 계속 권력을 추구한다. 안 그래도 우리는 위험과 경쟁의 사회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쉬고 즐기는 데 익숙하지 않다. 쉬면 오히려 무료함을 느끼고 혹 남보다 뒤질까봐 조바심을 낸다. 편안하고 즐거우면 오히려 죄책감을 가진다.
화장실에 앉아 있거나 욕조 안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조차도 책을 읽거나 일을 생각해야만 마음이 편한 사람들이 있다. 크리스마스 때도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자신도 모르는 불안에 휩싸이곤 한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고혈압, 소화기능 장애, 천식 등의 현대 병을 앓게 되거나 현재 앓고 있을 수도 있다.
반면에 놀고 즐기는 데 지나치게 치중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우선 놀고 나중에 값을 치른다’는 것이 이들의 생활철학이어서 쉽고 편하고 즐거운 일부터 먼저 하려 든다. 매사를 미해결의 상태로 두기 때문에 항상 자신을 스트레스 속에 몰아넣는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순간적인 느낌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서 사회생활도 충동적으로 하게된다.
특히 이런 성향의 아이나 청소년들은 싸움에 자주 끼어 들게 되고. 정도가 심하면 약물(마약)남용 등으로 경찰에 쫓기기도 한다. 학교에서 정학이나 퇴학을 당하게 마련이고 성년이 된 후에도 실패의 연속이기 쉽다. 일부는 파괴적인 결혼, 사고(accident), 정신병원, 또는 교도소 생활로 휘말려들어 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축제적인 삶에 너무 치우치고 일상적인 삶을 미루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하기 싫은 일과 즐거운 일을 구분하되, 고통을 먼저 겪은 뒤 즐거움을 갖게 되면 그 즐거움을 곱으로 즐길 수 있다는 삶의 기술을 터득하지 못하는데서 기인한다.
이런 삶의 기술은 보통 5살 때부터 부모로부터 배우고 훈련받는다. 잘 훈련된 아이는 즐기는 일들을 지연시키는 역량을 일찍이 발휘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뒤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숙제부터 해 놓고 친구들과 놀러 나가 즐거움을 만끽한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또한 진정으로 축제를 즐길 줄도 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일상과 축제의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현재생활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우선 자신의 생활이 지나치게 일상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즐거운 일을 지연시키지 못하고 먼저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면서 끙끙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