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 하나만 손꼽으라면 생산성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지난 4년 동안 대부분의 경제학자들과 정책 당국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도저히 지속될 수 없는’경제성장 속도를 유지해 오고 있는 미국 경제의 배경에는 바로 높은 생산성의 힘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연방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금년도 2/4분기중 노동생산성은 5.3%라는 놀라운 속도로 증가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무려 5.1%가 늘어난 것으로 17년만에 처음 보는 고도의 성장률이다. 이 같은 생산성 고속 증가율 덕분에 미국경제는 현재 고성장, 임금증대, 그리고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가장 바람직한 현상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1년전에 비해 단위 노동 원가가 오히려 0.4%나 줄어든 이유는 순전히 높은 생산성 증가율 때문이다. 이것도 198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노동생산성의 정의는 시간당 노동에 대한 생산고이다. 따라서 같은 시간 일하고도 생산 실적이 오르면 생산성이 증가함을 의미하고 반대로 똑같은 노동시간을 투입하지만 생산량이 줄어들면 생산성 감소를 뜻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불황을 겪고 난 다음 경기회복 초기단계에 생산성이 크게 늘어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 시기에는 추가 고용 없이 수요증가에 따른 생산확대를 쉽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성숙해지면서 고용이 급속히 불어나게 되면 생산성 감소현상이 불가피해진다. 경기호황 10년은 미국 경제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 시점에서 생산성 가속은 희귀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생산성이 오르면 생산 원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노동의 실질원가는 떨어지게 되고 자연히 물가 안정이 뒤따르게 되어 금리를 인상시킬 이유가 없어진다. 낮은 실업률, 안정된 임금 수준, 높은 노동 생산성, 그리고 11월 대선은 금년 말까지는 미국에서 금리 추가 인상이 없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가 달성한 최근의 높은 생산성 증가율은 일시적 현상인가, 아니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는 것인가를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반세기동안 미국경제의 생산성 추이는 크게 세 기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는 높은 생산성 증가율 시대, 1975년부터 1995년까지는 낮은 생산성 증가율 시대, 그리고 최근 5년간은 1960년대를 방불케 하는 높은 생산성 증가율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경제의‘정상’생산성 증가율이 평균 3%를 초과했던 1960년대 성장률인가, 아니면 평균 1%였던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성장률인가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