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 1,539원… 한때 1,550원 넘봐
▶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성장통’ 시각
▶ 고환율, 물가·금리 끌어올려 취약계층 직격
▶ 당국 약발 안 먹혀… “통화스와프 등 강구해야”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
원·달러 환율 1,500원이 뉴노멀로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수익 실현과 더불어 미국·이란 전쟁 교착 우려 등 대내외 복합 악재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이어지는 연쇄작용 속에 취약계층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장중 최고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도 20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대규모 순매도하며 달러 수요를 끌어올렸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한 국내 주식은 120조 원 수준이다.
정부 안팎에선 최근 환율 상승을 한국 경제의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 환율 상승이 외환위기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로 비화하지 않을 거라는 논리다. 실제로 최근 거시경제 지표는 반도체 수출 호황 덕에 양호하다.
1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37억8,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194억9,000만 달러) 대비 거의 네 배에 이르고, 1분기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7,536억 달러로 외화부채보다 대외채권이 훨씬 많다.
물론 고환율을 우려하는 경제 전문가도 많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원·부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생산성을 악화시킨다”며 “이는 결국 노동자 소득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의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버블 붕괴 우려, 미국·이란 전쟁 지속에 따른 대외 악재가 겹치며 당분간 환율이 1,500원 이상에서 유지될 수 있고, 상황 악화 시 1,6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며 “환율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외환당국도 구두개입 등에 나섰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최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환율은 요지부동이었다.
김 교수는 “외환보유액의 마지노선인 4,000억 달러 붕괴 우려 때문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을 못 하고 있다”며 “아랍에미리트(UAE)처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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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