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금연열풍”…美 담배 채권 첫 ‘채무불이행’ 선언
2026-06-05 (금) 03:37:29
▶ 뉴욕주 나소카운티, 채권 원급 상환 실패
▶ 1998년 합의로 담배회사가 매년 합의금
▶ 합의 당시 24%던 흡연율 한자릿수로
▶ 매출 줄면서 합의금 줄어 채권도 파산

기사내용과 무관. 클립아트코리아
미국에서 금연율이 높아지며 담배 매출이 줄자 지방정부에서 발행한 담배 채권이 사상 최초로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지난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주 나소 카운티 산하 ‘나소 카운티 담배 합의금 법인(나소 CTSC)’은 지난 1일 원금 지급 불이행 사실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나소 CTSC는 지난 4월 담배회사로부터 합의금으로 1470만 달러를 받았지만 지난 1일 선순위 채권 원금 3600만 달러 지급에 실패했다. 신탁계약서상 요구되는 최소 적립금 기준을 채우지 못해 원금 상환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담배 합의금이라는 명목으로 지방채가 발행된 것은 미국의 독특한 역사에서 기인한다. 1998년 미 46개 주(州) 법무장관과 필립 모리스 등 미국 4대 담배회사가 맺은 ‘담배 마스터 합의(MSA)’가 그것이다. 당시 주 정부들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담배의 유독성으로 인한 공공의료비 증가를 문제 삼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미국 내 최대 민사소송으로 꼽힌 해당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파산을 우려한 담배회사들은 주 정부에 ‘합의금 영구 지급’을 제안했고, 극적으로 합의가 체결됐다. 담배회사들이 주 정부에 첫 25년간 지불하기로 약속한 금액만 2060억 달러(318조 원)에 달한다.
문제는 예산이 부족했던 지방정부가 담배 합의금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98년 미국 성인 흡연율은 24.1%에 달했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로서는 담배회사 매출과 연동되는 합의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겨졌다. 나소 카운티도 2006년 4억 3100만 달러 규모로 채권을 발행했다.
그러나 금연 캠페인과 담배값 인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지난해 미국 성인 흡연율이 한 자릿수인 9.9%(2024년 기준)까지 떨어지면서 채권이 원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전미주법무장관협회에 따르면 1998년 마스터 합의에 참여한 주에 대한 지급액이 지난해 19% 줄었다. 독립 시장조사 기관 뮤니시펄 마켓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담배 채권 섹터에서 디폴트가 발생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다만 담배 채권 투자자는 1998년 합의금 수익에 영구적인 권리를 지니기 때문에 채권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대신 채권 만기가 자동으로 연장되며 돈이 모이는 대로 투자자들은 합의금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나소 카운티 담배 합의금 채권은 2046년 만기 예정으로, 2일 기준 액면가의 58.5%에 거래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