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방 막으려면 돈 있어야… 이민법원 비용 장벽 높다

2026-06-0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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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수수료 최대 13배 올라
▶ 추방유예 비용도 387% 인상

▶ “사실상 법적 구제 차단”
▶ 이민 단체·변호사들 우려

추방 막으려면 돈 있어야… 이민법원 비용 장벽 높다

이민 법원의 수수료 비용 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민자들이 추방에 맞서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각종 법적 구제 절차의 비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일부 수수료는 10배 이상 인상됐고,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수수료 면제 제도마저 사실상 폐지되면서 이민자 사회에서는 “재판을 받을 권리 자체가 돈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워싱턴주 타코마에서 발생한 한 이민자 가족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타주의 사업장 단속 과정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된 클라우디오 구즈만은 현재 타코마의 노스웨스트 ICE 구금시설에 수감된 채 추방 명령에 맞서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들이 마주한 가장 큰 장애물은 법률적 쟁점보다도 비용이었다.

구즈만이 신청해야 하는 추방 구제 절차의 수수료는 기존 130달러에서 1,670달러로 급등했다. 단 한 건의 신청에 필요한 비용이 1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남편의 구금으로 생계 부담까지 떠안게 된 아내 야디라 구즈만은 결국 온라인 모금 플랫폼인 고펀드미를 통해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남편의 체포 이후 가족이 심각한 정신적·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아들 중 한 명은 아버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견디지 못해 자해를 시도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이번 수수료 인상이 단순한 행정비용 조정 수준을 넘어 이민자들의 법적 권리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즈만 사건을 맡고 있는 올리아 카탈라 변호사는 “구금 상태의 이민자들은 이미 수입원이 끊긴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갑자기 수천 달러의 수수료를 부담하라는 것은 사실상 법적 구제 신청을 포기하라는 의미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수수료 면제 제도가 사실상 막힌 점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과거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입증할 경우 법원이 일부 신청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타코마 이민법원에서는 새 법 시행 이후 면제 신청이 잇따라 기각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판결문에는 “원 빅 뷰티풀 빌 법안에 따라 법원은 수수료 면제를 승인할 관할권이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부담은 이민 법원 절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연방 국토안보부(DHS)는 지난달 연방관보를 통해 추방유예 신청서인 I-246 양식의 수수료를 현행 155달러에서 755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600달러가 추가되는 것으로 인상률은 387%에 달한다.

I-246은 이미 최종 추방명령을 받은 이민자가 실제 강제 출국을 일시적으로 연기해 달라고 ICE에 요청하는 절차다. 추방명령을 취소하거나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는 아니지만, 건강 문제나 가족 돌봄, 진행 중인 다른 이민 구제 신청 등의 사유가 있을 때 마지막 보호 장치 역할을 해왔다. 특히 미국 시민권자 자녀를 돌봐야 하거나 심각한 질병 치료가 필요한 경우, 또는 본국 송환 시 특별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구제 수단조차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민 변호사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변화가 단순한 수수료 조정이 아니라 추방 시스템 전반의 비용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이민자들이 변호사 비용만 마련하면 일정 수준의 법적 대응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각종 신청 수수료 자체가 별도의 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청서 심사에 필요한 인건비와 행정비용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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