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무릅 수술을 하려고 병원에 입원했었다. 복잡한 수속과 수술과 입원 등을 거치면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약사, 쏘시알워커 등 젊은 한국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그동안 나의 활동은 교회친구와 학교동창들, 취미활동으로 알게 된 70-80대의 한국이민사회에 속했었다. 그래서 현재 젊은이들의 열정적인 활동과 강한 리더쉽, 일 과정을 끊고, 맺고, 갈무리를 완벽하게 정돈하는 것을 보면서, 뚜렷한 세대 차이를 실감하며 감동을 받았다.
한국을 떠난 지 벌써 60년이 지났다, 당시 이민 1세대는 생존이 우선이었다. 지난 세월을 잊은 채, 이민이라는 고지를 숨 가쁘게 넘어가면서, 언어의 장벽, 경제적 어려움, 문화적 차별 속에서 항상 스스로 ‘사이드’에 서게 되는 이방인으로 살아내야 했던 이민 1세대들이다.
그런데도 낯선 땅에서 자녀들을 열정적으로 교육시키고,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뜨겁게 뒷바라지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조건이 지금 세대가 더 당당하게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밑받침일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회상하며 쓴 시 한편을 소개한다.
“노마드의 소(沼)”
요세미티국립공원 푸른 숲에서 / 구름 속 바위산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본다 / 포말을 하얗게 날리며 낮선 곳으로 떨어지는 물벼락 / 쏟아지며 뒤섞여 함께 흐르는 대로에서 / 과속으로 벗어난 물방울들 // 깊은 소에 빨려들어 빙빙 겉돌고 있다 // 미래의 희망은 사각지대에 갇히고 / 허방에 저당 잡힌 노마드의 꿈 / 시간은 세월로 길게 누어있고 / 이방인의 핏빛 외로움 / 타인 종과 뒤섞인 매운 비빔밥이 되어 / 스파크가 실시간으로 터지는 / 밤과 낮의 파수꾼으로 / 가짜 같은 매일이 지나간다 // 운명을 개척한다고 / 현존에서의 일탈은 한 걸음 진화라고 / 이명으로 토해내도 / 체념이 울컥 소용돌이치는 가슴의 소沼 / 버짐 핀 관절에 시린 슬픔이 차고 / 뭉크의 절규가, 잠자의 안간힘이 / 맷돌같이 무겁게 육화된 노마드 일세 대 // 과거는 잊었다 / 젊음도 가버렸다 / 강물은 내일로만 흐른다 / 회한과 그리움으로 범벅된 녹슨 나이테에 / 이방의 구멍 난 허무가 공명으로 울린다 // 화석처럼 다져진 세월의 주름에 / 지금껏 탯줄을 놓지 않고 있는 웅지로 / 태양 빛 반짝이며 날아가는 디아스포라 씨앗들 / 희망이라는 명궁을 쏴 올린 2세들 / 비로소 소를 탈출하는 / 쳐진 어깨의 물방울들......
(김인자, 제 3회 해외 풀꽃 시인상 작품)
오늘날의 30~50대는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외국문화의 접촉 속에서 자란 스마트폰 세대로, 적극적인 활동과 주도성, 탁월한 조직력과 마무리, 따뜻한 리더쉽을 갖춘 자랑스러운 세대이다. 현재 젊은 전문직 여성들의 모습은 단순히 한 세대가 이룰 수 있는 성공이 아니라, 이민 1세대의 조용한 헌신과 희생이, 오늘의 당당한 자신감과 연결된 50년 넘게 이어진 한국 이민사의 결실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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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시인ㆍ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