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화경] 세계 경제의 생명줄 ‘수중 인프라’

2026-06-05 (금) 12:00:00 민병권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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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 46㎞ 길이의 세계 첫 해저 통신선이 도버해협에 설치됐다. 영국·프랑스 간 전보 송수신 용도였던 이 케이블은 개통 당일 밤 어부의 실수로 절단됐지만 뒤이어 북해·아일랜드해·지중해·흑해 밑에도 전신 선로가 깔려 국제 통신 시대를 열었다. 1866년에는 4025㎞에 달하는 대서양 횡단 해저케이블이, 1902년에는 태평양을 횡단한 ‘올레드라인’이 개통돼 지구 반대편 소식을 즉각 접할 수 있게 됐다.

■해저케이블은 현재 지구 둘레의 약 35배인 140만 ㎞에 달한다. 전 세계 데이터의 약 99%가 이 회선으로 전송되고 있다. 인터넷도 1988년 개통된 바닷속 광섬유 통신선 ‘TAT-8’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연결될 수 있었다. 국제금융에서는 하루 약 10조 달러 거래가 바닷속 통신선을 타고 이뤄진다. 수중 인프라에는 해저 송유관, 수중 전력선 등도 있다. 1890년대 말 미국·유럽 연안의 유전과 육상을 연결하며 탄생한 해저 송유관은 현재 전 세계에서 총연장 수십만 ㎞에 달해 에너지 동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811년 처음 등장한 수중 전력선은 1954년 탄생한 해저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에 힘입어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를 잇는 장거리 전력망의 근간이 됐다.

■세계경제의 생명줄이 된 수중 인프라가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훼손되거나 위협받고 있다. 이에 영국·프랑스·호주·싱가포르 등 유럽과 아시아 주요 17개국이 지난달 30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수중 인프라 방어 교류 지침’에 합의했다. 우리나라도 해저케이블의 생산과 포설 능력을 모두 갖춘 극소수 국가로 강점이 있다. 1995년 KT서브마린이 해저케이블 시공 기술을 확보하고 LS전선이 2011년 해저케이블 생산에 성공한 덕분이다. 우리나라 인공지능(AI) 허브 비전과 초국적 전력망인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상도 수중 인프라에 달렸다. 관련 기술과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할 때다.

<민병권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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