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인데 ‘사케’가 없다? 오키나와에선 ‘아와모리’ 마신다

2026-05-27 (수) 12:00:00 구니가미=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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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구니가미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는 석회암 지대다. 빗물이 빠르게 지하로 스며들어 벼농사에 적합하지 않다. 때문에 주식량인 쌀을 자체 재배하기보다는 수입했다.

자연스럽게 술을 빚을 때도 국산 쌀 대신 수입 쌀을 사용했는데, 이 때문에 일본 본토와는 전혀 다른 술 문화가 빚어졌다. 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술은 청주인 사케(니혼슈)이지만 오키나와에서 사케 한 잔 맛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대부분 음식점과 주점에서는 사케 대신 ‘아와모리’를 주력으로 내세우기 때문. 수입산 인디카 쌀로 빚은 오키나와의 증류식 소주다. 증류주로는 일본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


아와모리는 ‘오리온 맥주’와 더불어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음료다. 선토리나 삿포로 맥주 대신 오리온 맥주를, 사케나 고구마소주 대신 아와모리를 마시는 것은 오키나와인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증류주보다는 양조주 문화가 자리 잡은 일본에서 드문 경우다. 특유의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에 쉽게 변질되는 양조주 대신 보존성이 좋은 증류주가 발전한 것이다.

술을 발효할 때 사용하는 누룩(국)도 다르다. 사케 주조에 흔히 쓰이는 황국균 대신 흑국균을 사용한다. 전분을 당으로 변환시키는 능력인 당화력이 강하고 구연산을 많이 생성하는 특징이 있다.

흑국을 사용하면 향미가 강하고 잡균이 더 빠르게 사멸한다. 더운 지역에 걸맞은 국이다. 한국 소주, 중국 백주와 비교하면 두 술의 중간을 지향하는 듯한 술이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과 향을 추구하는 소주보다는 진하고 무겁지만, 복합적인 향미를 추구하는 백주보다는 가볍다.

아와모리는 숙성 기간에 따라 신주와 고주(古酒·구스)로 나뉜다. 3년 미만은 신주, 3년 이상은 고주다. 이때 표기 수령은 혼합된 원액 중 가장 ‘젊은’ 원액을 기준으로 한다. 숙성이 길수록 맛이 깊어지고 판매가도 올라간다. 그래도 오키나와 현지 주조는 본토에 비해 주세를 30%가량 감면 받기에 고급 고주를 구매해도 부담이 덜한 편이다.

오키나와에서 아와모리는 맥주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고 전통 제사상에도 올리는 명실상부한 대표주(酒)다. 생일이나 결혼 등 경사를 축하할 때 아와모리 독을 선물하는 풍습도 있다. 이를 알고 있었던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1994년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이듬해 “다음 우승을 차지하고 축하 파티 때 술을 함께 마시자”며 직접 아와모리 술독을 사와 구단에 선물했다.

아쉽게도 2018년 구 회장이 작고할 때까지 이 아와모리는 개봉되지 못했다. 2023년 LG트윈스가 29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선대 회장의 양자이자 후계자인 구광모 회장이 대신 잔을 채웠다.

<구니가미=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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