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폰세 데 레온은 1493년 콜럼버스의 2차 항해 때 그를 따라 신대륙 탐험에 나선 인물이다. 그는 플로리다를 첫 탐험한 유럽인으로 일설에는 그가 마시면 다시 젊어지는 ‘청춘의 샘’을 찾아 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를 찾기는커녕 인디언과의 싸움에 중상을 입고 상처가 악화돼 47세를 일기로 사망한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노랫 가사가 말해주듯 시간이 가면 인간은 늙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인간이 태어나려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 하는데 둘 다 최소 10여년에서 수십년 나이를 먹은 남녀의 몸 속에서 나온 것이다.
처음 이들이 수정됐을 때는 최소 십수년 이상된 세포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젊어져 2주 후에는 신생 세포의 상태가 된다. 인간이 가장 젊은 날은 수정 직후가 아니라 그 후 2주가 지난 시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내 이를 성인 세포에 적용시킬 수 있다면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학자들은 지난 20년간 세포 회춘 연구를 통해 90세 먹은 노인의 피부 세포를 실험실에서 젊게 만들고 회색으로 변한 쥐털을 검게 바꾸고 기능이 망가진 쥐의 신장을 추출해 재생시킨 뒤 다시 성공적으로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녹내장에 걸린 눈을 이 방식으로 치료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세포 재생에 대한 특집 기사를 내보냈는데 이에 따르면 요즘 실리콘 밸리의 억만장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이 분야라고 한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돈있는 인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불로장생인데다 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억만금을 버는 것은 일도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처음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은 1993년의 샌프란시스코다. 당시 과학자들은 유전자 하나만 조작해도 회충의 수명을 배로 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후 콜라겐부터 영양제, 레이저, 수혈 등 온갖 방법으로 세포를 재생하려는 산업이 번성했으며 현재 이들 규모는 2조 달러에 달한다.
지금 이 분야 선두주자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밀고 있는 알토스 연구소다. 알토스 본사는 북가주 레드우드 시티에 있지만 연구는 대부분 샌디에고에서 이뤄진다. 그 연구 총책임자가 스페인 출신 후안 카를로스 이스피수아 벨몬테(65)다.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원래 축구선수였던 그가 이 분야 권위자로 인정받게 된 것은 2016년 유전병에 걸린 쥐의 유전자를 재생, 수명을 30% 연장하는데 성공하면서부터다. 그는 인간의 DNA에 명령을 내리는 에피제네틱스라는 분자가 있음을 알아냈다. 다른 유전자들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이들 분자는 햇빛과 음식,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으며 세월이 가면 정확한 지시를 내리는 않는 일이 많아진다.
이들을 원상태로 돌려 놓을 수 있다면 세포를 다시 젊게 할 수 있다. 그의 연구는 2006년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의 연구에 바탕을 둔 것이다. 야마나카는 초기 태아 발육에 깊게 관여하는 4개의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를 실험관에 있는 늙은 쥐의 피부 세포에 이식했다. 그러자 2주 후 노인 쥐 세포는 태아 세포로 변신했다. 자궁에서 일어난 일을 재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야마나카는 이 공을 인정받아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이를 인간의 몸에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잘못 하다 나이를 거꾸로 먹어 ‘벤저민 버튼의 이상한 이야기’ 주인공처럼 갓난 아기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다를까 2012년 이를 살아 있는 쥐에 이식하자 세포가 통제불능으로 불어나면서 이빨과 털, 피부가 뒤섞인 덩어리가 생겨났다.
다른 사람들은 야마나카 방식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벨몬테는 달랐다. 세포에 혼란을 주지 않으면서 재생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야마나카 요소를 계속 투입하는 대신 이틀 주입 후 닷새 쉬는 식으로 간헐적으로 했다. 그러자 결과는 극적이었다. 늙은 쥐가 혈기 넘치는 젊은 쥐로 변신한 것이었다. 이 쥐는 인간으로 치면 20년이 젊어졌다.
이를 기록한 그의 논문은 지금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지만 당시에는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시됐다. 벨몬테는 자신의 재생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인간 수명을 130세까지 늘리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지금까지 이룬 것만도 대단한 업적이다. 언젠가는 인간이 진짜 ‘청춘의 샘’을 찾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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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