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록의 계절, 오월

2026-05-13 (수) 07:48:53 윤영순 메리옷츠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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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변덕스런 봄 날씨에 아침저녁 체온조절을 하느라 겉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며 산책길을따라 숲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앙상했던 나무들이 연 초록색으로 평풍처럼 펼쳐있다. 몇주 전부터 숲 가장자리를 따라 비를 흠뻑 맞은 쑥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어 오늘은 마음 먹고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쑥을 캐러 나왔다. 여기저기 키재기라도하듯 가늘고 긴 연한 잎 줄기를 뜯다보니 때로는 뿌리채 뽑혀나오기도 하는가하면, 순식간에 손톱밑은 초록 물감으로 범벅이 된다.

아무렴 어쩌랴! 쑥 향기를 코로 흠뻑 들이키며 취하다보니 비닐 봉지 속은 어느사이 향기로운 쑥 나물로 가득하다. 비닐 봉지를 하나 더 갖고 나왔더라면 두 봉지 가득 쑥을 뜯어 “방아간 떡 집에 맡기면 쑥떡을 만들어 먹을텐데…” 한 봉지 뿐이라 아쉬운데로 저녁에 먹을 쑥국으로는 안성맞춤이다. 봄 한철 때 놓치지 않고 쑥국을 먹는 것만도 놓칠뻔 했던 떠나기 직전의 버스를 탄 기분이라 발걸음도 가볍게 돌아온다.

오월의 봄은 갓 세수하고 나온 청순한 얼굴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맑고 푸른 하늘, 녹색 신록의 계절 앞에 서 있노라면 내 마음은 청춘이기 보다는 완숙한 여인이 된다. 이 특별한 오월에는 집안에도 여러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어린이 날을 시작으로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생일 날 등등, 결혼 기념일도 있어 이미 달력에는 동그라미로 빼곡하다.


이제는, 세월따라 세태도 변하는지 부모님께 카네이션 달아주기가 예전 같지 않다. 어버이 날이 되면 꽃집에서는 빨간 카네이션에 안개 꽃을 곁들인 화사한 꽃다발을 만들어 팔기도하고, 학교 교정 밖에는 진을 치고 작은 다발 꽃송이를 팔던 아주머니들도 생각난다. 그 꽃을 사들고 부모님 가슴에 달아 드릴 때의 들떠있던 여린마음을 어찌 표현하랴. 미소 가득담고, 살포시 안아 주시던 부모님의 모습은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에 새삼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빠른 세월의 변화에 발 맞추어 카네이션 대신에 부모님을 위한 노래를 멀리있는 아들이 어버이 날을 맞아 작사하고 AI의 힘을 빌려 잘 나가는 가수의 음성으로 작곡한 노래를,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그리움과 고마움으로 멜로디에 담아 카톡영상으로, 들려 주었을때의 색다른 이벤트가 감동이 되어 한 동안 뇌리에 남아있다.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한 노래소리: “오월은 푸르고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월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그런가하면, 스승의 날에는 교실에서 선생님의 은혜를 떼창으로 불렀던 이 모든 정겨운 추억들이 오늘따라 청명한 오월의 산야, 신록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윤영순 메리옷츠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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