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취업·유학생 비자 취득 문 더 좁아진다

2026-05-1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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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정부 추가규제 예고

▶ “H-1B 최저임금 33% 인상 유학생 OPT 취업제한 강화”
▶ “미 인력 경쟁력 약화” 우려

미국 취업·유학생 비자 취득 문 더 좁아진다

미국내 취업비자와 유학생 비자 취득 문이 더 좁아질 전망이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H-1B 전문직 취업비자와 유학생 비자 제도에 대한 추가 규제를 본격 추진하면서 미국 내 기업과 대학, 그리고 비자 소지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고급 인력 확보에 의존해온 IT·AI 업계를 중심으로 “미국이 글로벌 인재 경쟁에서 스스로 불리한 길을 택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포브스의 이민 전문 칼럼니스트 스튜어트 앤더슨은 최근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2026~2027년에 걸쳐 H-1B 및 국제학생 제도와 관련한 대대적인 제한 조치를 추가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방 노동부(DOL)는 지난 3월 H-1B 비자 소지자 및 취업이민 신청자에게 적용되는 ‘통상임금(prevailing wage)’ 기준을 대폭 인상하는 규정을 제안했다. 해당 규정이 시행될 경우 요구되는 최저 연봉 수준은 경력에 따라 기존보다 21%에서 최대 33%까지 상승하게 된다. 의견 수렴 기간은 오는 5월 말 종료되며, 행정부는 올해 말 또는 2027년 초 최종 규정 확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해 9월 트럼프 행정부는 신규 H-1B 비자 입국자에게 10만 달러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용 증가와 강화된 심사로 인해 특히 중소기업들의 H-1B 활용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 조너선 그로드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가중 추첨제와 10만 달러 수수료만으로도 기업들의 H-1B 관심이 크게 줄었는데, 여기에 임금 인상 규정까지 시행되면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학생 제도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국토안보부(DHS)는 지난해 8월 유학생들에게 적용돼온 ‘체류 신분 유지(duration of status)’ 제도를 폐지하고 일정 기간만 체류를 허용하는 고정 체류기간 방식으로 변경하는 규정을 제안했다. 해당 규정이 시행되면 일정 기간을 초과해 학업을 이어가려는 학생들은 별도의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박사과정이나 장기 연구 프로그램처럼 4년 이상이 소요되는 과정의 경우 학생들이 학위 취득 전에 체류 자격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 유학 자체를 재고하는 해외 학생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행정부는 또 유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 제도인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와 STEM OPT 프로그램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향의 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OPT는 유학생들에게 최대 12개월의 취업 기회를 제공하며, STEM 전공자는 추가로 24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 이민정책 담당자들은 OPT가 결국 H-1B 취업비자로 이어지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제한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은 이미 강화된 심사와 행정 지연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민 전문 변호사 다그마르 부테는 “심사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으며 급행 심사를 신청해도 법정 처리 기한을 넘기는 사례가 잦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민서비스국(USCIS)이 10만 달러 수수료를 납부한 사건조차 처리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필요하지 않은 사건에도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USCIS가 기업들이 제출한 임금 수준에 대해 추가 증빙(RFE)을 대거 요구하면서 혼란도 커지고 있다. 변호사들은 USCIS 심사관들이 노동부 기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임금 수준 문제를 과도하게 문제 삼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 기조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와 기술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 국가들이 인구 감소와 기술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 전문인력 유치 경쟁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만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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