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vs 시진핑”… 관세·대만·이란 ‘세기의 담판’ 주목

2026-05-1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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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보는 미중 정상회담

▶ 미는 보잉·대두 등 ‘5B’ 성과 기대
▶ 중은 관세·기술·대만 ‘3T’ 양보 압박
▶ 전쟁·관세 패소에 트럼프 협상력 약화
▶ 전문가들 “중대한 돌파구 가능성 낮아”

“트럼프 vs 시진핑”… 관세·대만·이란 ‘세기의 담판’ 주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0월30일 부산에서 회동하는 모습.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 베이징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이번 양국 회담은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뤄진 미중 관세전쟁의 ‘불안한 휴전’을 얼마나 더 연장할 수 있느냐와 함께,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중동 정세와 대만 문제까지 얽힌 지정학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4~15일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위해 13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만난 이후 7개월 만의 재회이자,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는 2017년 11월 트럼프 1기 때 방중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9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의 쟁점을 미국의 ‘5B’와 중국의 ‘3T’로 요약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잉(Boeing) 항공기·미국산 쇠고기(beef)·대두(soybean) 대중 수출과 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 설립을 핵심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관세(tariffs), 기술(technology) 통제, 대만(Taiwan) 문제를 앞세워 미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구도는 지난해 부산 회담 때보다 중국에 다소 유리하게 기운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압박 수단인 관세 정책은 심각한 법적 제약에 직면했다. 올 2월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했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글로벌 관세 카드를 꺼냈지만 이마저도 7일 미국 국제통상법원에서 위법 판단이 내려졌다. NYT는 “이번 판결은 시 주석과의 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라고 평가했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란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고 동의했다”며 방중 전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이란의 핵심 우방인 중국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붙잡아두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앨런 칼슨 코넬대 교수는 “중국의 협상 위치는 지난해 가을보다 여러 측면에서 강해졌다”며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미국이 뚜렷한 출구 전략이 없는 장기 분쟁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비판 여론과 고유가, 11월 중간선거 등 국내 정치적 부담도 안고 있다. 천젠 뉴욕대 상하이캠퍼스 교수는 “이번 회담은 겉보기엔 더 강해진 시진핑과 확실히 약해진 트럼프의 만남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는 어느 때보다 손에 쥔 카드가 적고, 시진핑이 트럼프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트럼프가 시진핑을 더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 독립에 대해 기존의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보다 더 강한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길 원하고 있다. 다만 중국 역시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고용 불안 등 내부 경제 부담이 큰 만큼 미국과의 관계에서 다시 전면 충돌로 치닫는 상황은 피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 분야에서 대두, 소고기, 보잉 항공기 등 미국산 상품에 대한 제한적 구매 합의가 결과물로 도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농민과 제조업 일자리에 직접 연결되는 품목을 귀국 후 성과로 내세우기 쉽다. 중국 역시 안보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미국에 줄 수 있는 카드다. 다만 이는 미중 무역 갈등의 구조적 해법이라 보긴 어렵다. 칼슨 교수는 “중국은 트럼프에게 승리처럼 보이는 장면과 연출을 제공하는 데 만족할 수 있다”며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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