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셉 이 시니어센터 강사
▶ 개관 멤버로 생활영어 강의
▶ 14년 최장수 자원봉사자
▶ “무료 영어 교육기관 꿈”

시니어센터에서 14년째 자원봉사로 영어를 가르치는 조셉 이씨.
매주 월요일 오전, LA 한인타운 올림픽과 놀만디 인근에 위치한 ‘코리아타운 시니어 & 커뮤니티센터’(이하 시니어센터) 영어 강의실은 활기로 가득 찬다. 70~80대 수강생들의 눈빛을 반짝이게 만드는 주인공은 바로 올해 86세인 조셉 이(한국명 이종원) 강사다. 그는 2013년 시니어센터 개관 당시부터 지금까지 14년째 자원봉사자로서 영어를 가르쳐 온 ‘살아있는 전설’이자 유일한 개관 멤버다.
조셉 이 강사가 진행하는 ‘생활영어’는 시니어센터 내 50여 개 강좌 중에서도 단연 인기다. 8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 있는 목소리와 밝은 미소로 강단에 서는 그는 수많은 한인들이 영어를 포기하는 이유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일본이나 중남미에 사는 한인들은 2~3년이면 현지어를 곧잘 하시는데, 유독 미주 한인들은 10년, 20년을 살아도 영어가 안 늘어 고민하시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영어 특유의 리듬과 액센트, 연음을 놓치기 때문인데 요령을 습득하면 누구나 ‘영어 도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페인어와 영어를 전공하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 영어연구원 한국 원장을 역임한 베테런 교육자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한 문법 대신 실생활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표현과 ‘소리의 맛’을 가르친다.
강의는 책상 앞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면 수강생들을 데리고 인근 맥도날드나 데니스 같은 식당으로 향한다. 직접 음식을 주문해 보는‘현장 실습’을 위해서다. “처음엔 햄버거 하나 주문하는 것도 겁내시던 분들이 직접 말을 걸고 주문에 성공하며 환하게 웃으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수강생들이 식당에서 만난 타인종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영어가 단순히 ‘공부’가 아니라 삶을 즐기는 ‘도구’가 되는 순간이다. 시니어센터의 박관일 국장은 “선생님은 14년 전 그 열정 그대로, 오늘도 영어에 도전하는 한인 시니어들의 여정에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최근엔 시니어센터 수강 신청 방식이 선착순에서 추첨제로 바뀌어 수강 기회를 놓친 이들을 위해 화요일 저녁 윌셔가 ‘웨스턴 코비넌트 유니버시티’에 초급 영어회화 무료 강좌를 새로 개설했다. 배움에 목마른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의 진심이 닿아, LA 평통 위원들까지 합류하며 수강생은 벌써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조셉 이 강사의 시계는 남들보다 빠르게, 그리고 활기차게 돌아간다. 시니어센터 강의 외에도 LA 평통 자문위원, 한미동맹세계연합 총회장, 외대코랄 창단멤버 등으로 활동하며 사회 곳곳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있다. 한인타운 내 양로보건센터를 순회하며 상담과 특강을 하는 봉사 활동도 그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그의 롤모델은 올해 106세인 김형석 교수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그리고 절제와 노력을 통해 고령에도 강연과 집필을 이어가는 김 교수의 삶은 그가 추구하는 미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증명하고 싶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처럼 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수많은 기관에서 감사패와 상장을 받았지만,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수강생들의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다. 그의 마지막 꿈은 소박하면서도 원대하다. 독지가나 비영리단체의 후원을 받아 한인 시니어들만을 위한 무료 영어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말이 통해야 마음이 통하고, 마음이 통해야 미국 사회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제 힘이 닿는 데까지 그 길을 닦아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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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