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주 플랫폼 운전자 80만명 달해
▶ 14시간 일해도 수익 11달러 불과
▶ 디젤유 상승에 트럭업체도 ‘비명’
▶ “유가 안정에 상당시간 걸릴 것”

중동 전쟁 여파로 개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버·리프트 운전자 등 운송업계 종사자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LA의 한 주유소. [로이터]
중동 전쟁의 전운이 지속되면서 미국 내 개솔린과 디젤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전국 최고 수준의 유가를 기록 중인 캘리포니아의 차량 공유 플랫폼 운전자들은 “차를 굴릴수록 적자”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생계를 위해 핸들을 잡았던 이들이 하나둘 도로를 떠나면서, ‘긱 경제’(Gig Economy)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의 일반 개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당 6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전국 평균인 4달러 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LA 시내 일부 주유소에서는 갤런당 8달러가 넘는 가격표가 붙기도 했다. 이 같은 ‘미친 유가’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10년 전 리프트에서 운전을 시작한 존 메히아는 “초창기에는 3시간만 뛰어도 400달러를 벌 수 있었지만 지금은 200달러를 손에 쥐기 위해 12시간 동안 도로 위에서 사투를 벌여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치솟는 연료비와 플랫폼의 낮은 임금 체계가 맞물리며 많은 동료가 업계를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플랫폼 노동자 연합에 따르면 주 내에만 80만명 이상의 운전자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독립 계약자 신분이라 유가 상승에 따른 모든 비용 부담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최근 레딧과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는 ‘유가 폭등 생존법’이 공유되고 있다. 시동 끄고 대기하기, 교통 체증 구역 피하기, 전기차 전환 등이 거론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차량 공유 운전 전문 블로그 ‘라이드셰어 가이’의 세르지오 아베디안은 “이제 운전자들에게 수익성이 없는 운행을 단호히 거절하는 ‘거절 및 대기’ 전략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썼다. 실제로 운전자들은 앱의 요청을 수락하기 전 단 몇 초 만에 비용 대비 수익을 계산하며 더욱 전략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 등 플랫폼 기업들은 유류비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우버는 전용 카드를 사용할 경우 최대 15% 캐시백과 갤런당 최대 1달러 할인을 제공한다고 밝혔고, 리프트 역시 보조금을 확대했다. 그러나 운전자들은 특정 카드 사용과 지정 주유소 이용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실제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메히아는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생색내기만 할 뿐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우버와 리프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유류 할증료’를 일시적으로 도입해 운전자를 보호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우버는 호주에서만 할증료를 도입했을 뿐 미국 시장에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LA에서 2017년부터 풀타임으로 운전해온 마가리타 페날로사는 “14시간을 일해도 기름값과 차량 유지비를 빼면 시간당 수입이 11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개솔린보다 상승 폭이 가파른 디젤 가격의 고공행진에 장거리 대형 트럭 운전자들 또한 “한 달 벌어 기름값 내고 나면 수리비조차 남지 않는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물류의 모세혈관을 담당하는 트럭커들이 치솟는 유가를 견디지 못해 운행을 포기할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미국의 공급망과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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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