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역봉쇄’ 승부수 통했나…협상재개 위한 단추들 하나씩 꿰어져
▶ 이번 주말 이슬라마바드로 시선 집중…막판까지 ‘살얼음판’ 협상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단추들을 하나씩 꿰면서 종전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란은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해협 개방은 '휴전 기간'에 '이란이 정한 항로'로 한정했지만, 전쟁 기간 꽉 막혀 있던 세계 에너지 공급의 숨통이 일단 트인 셈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선언했다. 아라그치 장관이 언급한 '휴전 기간'이 오는 21일까지인 미국-이란 '2주 휴전'에 대한 것인지, 16일 발효된 이스라엘과 레바논간의 열흘 휴전에 대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
이란 발표대로 이날 조치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에 상응하는 차원이다. 미국의 중재 아래 두 나라가 열흘간 휴전하기로 한 합의가 발효됐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이 협상 과정에서 요구해 온 사안이다.
결국 미국과 이란이 상대방의 요구 조건(호르무즈 개방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을 하나씩 이행함으로써 종전 합의 도출을 향한 의지를 확인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발효후에도 호르무즈 통제를 이어가는 이란에 맞서 이란에 대한 '맞불성' 해상봉쇄를 13일자로 단행한 것이 1차 종전협상(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결렬로 식어버린 듯 했던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는 듯한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라그치 장관의 호르무즈 개방 발표에 기다렸다는 듯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일정부분 상호 신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종전 협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협상장은 이번에도 중재국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가 유력시된다. 협상 재개 시점은 아직 유동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18일 또는 19일)이 될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오는 21일로 종료되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연장될 필요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이번 2차 회담은 전쟁 종식과 재개를 가르는 마지막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레바논 휴전과 호르무즈 개방이 각각 '시한부'인 이유는 종전 합의의 마지막 단추로 여겨지는 이란 핵 문제가 아직 남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라늄 농축권 인정 유지를 원하는 이란과, 20년 이상의 장기적 농축 중단 및 이란내 비축 고농축 우라늄 반출을 요구하는 미국의 이견이 얼마나 좁혀졌는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매우 강력히 합의했다"며 "또 우리가 B-2 폭격기로 공격한 뒤 지하 깊숙이 묻혀 있는 핵 찌꺼기(nuclear dust)를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란과) 대부분 사항이 이미 협상된 상태여서 이 과정(이란과의 협상 과정)은 매우 신속히 진행될 것"이라며 합의 조기 도출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면 이란이 기존 핵물질의 미국 반출까지 수용했다는 의미인데, 이란이 실제로 이를 수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식은 상당한 외교적 진전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양측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60일 이내 포괄적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다만, 양측의 협상에서 극적 타결만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번에도 합의 도출에 실패한 채 돌아설 경우 협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그대로 파국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이란에 경제적 고통을 안기는 해상 봉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란의 핵 포기 수용을 계속 압박하는 동시에, 전쟁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한 지렛대를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개방돼 사업과 완전한 통행 준비가 됐지만 우리의 이란과의 거래가 100% 완료되기 전까지 이란에 한해 해군 봉쇄는 전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