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월도 중반을 지나 봄이 사뭇 깊어 간다. 이달 초순에 식목일과 청명(淸明) 절기 및 조상 성묘를 하는 한식(寒食)이 있었고, 한국이 포함되는 대승 불교 전통에서 되새기는 석존 부처님의 열반절(음력 이월보름)과 주류 기독교 전통에서 기리는 부활절을 기렸다. 다음 주에 곡우(穀雨) 절기를 거쳐 한 보름 뒤인 5월초에는 입하(立夏)절기가 되어 다소 더운 초여름 기운을 느끼게 될 줄 안다.
음력으로는 이제 삼월이 되어, 이번 일요일이 삼짓날(삼월삼일)로 어느덧 설 뒤로 두 달이 지나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봄을 즐기며 잔치를 벌이던 전통 미풍양속이 생각나게 될줄 안다. 이 무렵에 농사를 짓는 분들은 봄비가 내리는 시절에 곡식 씨앗을 심어 가꾸기 시작하며, 차를 만드는 분들은 차나무잎을 따는데, 이날 이전에 만든 차를 ‘우전(雨前)’이라 하며 최상품으로 치부한다. 자연 만물이 새롭게 생기를 펼치고 있는 좋은 시절에, 사람도 바람직한 살림을 돌아보고 의지를 돋구며 근본 성품을 되새겨 들어내 볼 때이다.
다양한 동물과 식물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들 가운데 사람의 특성을 드러내 보는 경우에 보통, 감성(感性) 지성(知性) 덕성(德性) 성성(聖性) 등이 있음을 제시한다. 감성은 눈 귀 코 혀 살갗을 통하여, 보고 듣고 맡고 맛보며 느끼는 몸의 감각적 품성. 지성은 생각하며 따져보고 아는 마음의 지각적 성품. 덕성은 사회 공동체 속에서의 올바른 관계를 맺고 예의를 지키는 정신의 도덕 윤리적 성품. 성성은 앞에 드러난 여러 특성을 두루 갖추어 승화시킨 성숙하고 거룩한 차원의 영적 성품을 가리킨다. 사람마다 모두 다 잠재적으로 갖추고 있는 여러 성품들 가운데, 각자의 형편과 인연에 맞추어 주어진 재질과 장점을 키우며 나름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실현하고자 애쓰리라 짐작한다. 이를테면, 감성적으로 뛰어나 아름다움을 이루고 표현하는 예술가, 지성적으로 연구하고 진실을 밝히는데 우수한 학자, 덕성적으로 착한 일을 하는데 모범적인 훌륭한 지도자, 진선미(眞善美)를 제대로 갖추며 전인적 인격과 성스러움을 추구하고 실현하려는 종교인 수도자 등을 볼수 있다, 성취의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에 관심하고 추구하며 성취하려 애씀은 훌륭한 삶에 필요하고 바람직한 시도이다.
다른 동물들도 본능적인 감성은 지니고 있겠지만, 사람만이 지성과 덕성 및 성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그들을 발현하려고 노력함이 인간의 도리다. 만약 그 특성들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면, 저급한 동물인 짐승과 다름이 없다고 평가되며, ‘인면수심(人面獸心)’ 즉, 얼굴은 사람같이 보여도 마음은 짐승같다고 폄하된다. 정상적인 인간들은 어려서부터 감성과 지성을 계발하고 덕성과 성성을 함양하도록 교육과 훈련을 하며 공동체 문화를 꾸준히 가꾸어왔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을 기본으로 하며, 인간사회가 더불어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건전한 문화와 풍습을 유지 전승해왔다. 역사의 전개를 보면, 부족사회를 지나 국가 및 세계적으로 각 지역 문화의 상호 영향 속에 바람직한 문화가 지속적으로 확산되어 왔다. 지구상의 여러 민족문화가 모여 어우러지며 꽃피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한국인들도 제 몫을 다하며 현지 및 지구촌 인류 공동체에 이바지하여야 할 줄 안다. 이를테면, 겨레의 할아버님 단군의 ‘홍익인간 이화세계(弘益人間 理化世界)’ 유훈과 근래 한국음악 열풍을 일으키는 방탄소년단의 ‘아리랑’ 서정처럼 인문사회적 공감대를 널리 펼쳐나가면 인류 미래가 밝을 줄 안다.
요즈음 중동 등지의 비인간적 폭력과 갈등으로 현지인의 고통은 물론, 그 여파로 국내외 물류난 및 서민생활에까지 각종 불편과 부담이 커지는 현실 상황을 겪으며, 인간다움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인류의 대표적 성인으로 꼽히는 석존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의 근본 문건인 불경과 성경에 담긴 성성을 이해하고 주체화하여, 자비와 사랑이 가득한 평화와 자유의 세상이 되도록, 거듭 나름의 반성과 발원을 하고 정진해 나가기를 새롭게 다침할 때, 시조 한수로 맺는다:
번뇌 불 꺼진 자리 따뜻한 자비 광명,
올바름 일깨우고 되살린 이웃 사랑,
거룩한 님들 빛 소금 세상 널리 펼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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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워싱턴무량사 회주 동국대 불교학과 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