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의 영웅이며 제 18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율리시스 그렌트(Ulysses Grant)는 원래 술고래였다. 그렌트는 지휘관 재직 중 술 때문에 많은 실수를 저질러 강제 퇴역당하고 낙향했다. 고향에 돌아 와서도 술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결국 파산하고 폐인처럼 살았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손가락질하며 등을 돌렸다. 하지만 대통령 링컨의 생각은 달랐다. 그렌트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에게서 어떤 잠재력을 보았다. 링컨은 그의 과거를 묻지 않았고 북군의 사령관으로 발탁했다.
참모들은 링컨에게 항의했다. 링컨은 참모를 설득했다. “실패한 과거를 보지말자.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자.” 그렌트는 자신을 믿고 불러 준 링컨의 인품에 감격했다. 은혜를 갚고 신임을 얻고 싶었다. 그 후부터 그렌트는 자신을 엄히 다스렸다. (로날드 화이트의 ‘A. Lincoln‘중에서)
남북전쟁 당시 도넬슨 요새(Ft. Donelson)전투는 모든 군인이 두려워 떠는 격전지다. 2600명의 남부 특공대가 진치고 있는 난공불락의 도넬슨 요새를 북군 사령관 그렌트가 담대하게 진격했고 마침내 승리했다. 이 승리 후 그렌트는 남부의 로버트 리 장군과 필적하는 명성을 얻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능력자, 겁쟁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렌트는 일약 남북전쟁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8년 후에는 미국의 제 18대 대통령이 되는 기회를 얻었다. 링컨의 탁월한 인사관리와 그렌트의 회심의 결단이 미국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하나님은 어느 누구도 완벽한 존재로 지어놓지 않았다. 햇빛아래 먼지가 일어나듯, 모든 실체에는 그림자가 깃들어 있다. 완벽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에 사로잡혀 미래의 더 큰 것을 잃는 우(愚)를 범치 말자.
창세기를 보면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돌아보았다가 부끄러운 인생을 마친 두 사람이 등장한다. 롯의 아내와 노아다. 롯의 아내는 천사들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진노하심과 불과 유황으로 사라져가는 소돔과 고모라를 뒤돌아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소금 기둥으로 변한 채로 죽었다.
의로운 사람 노아는 포도주를 만들어 취하게 된 일로 안타깝게 부끄러운 삶을 마쳤다. 노아의 죽음으로 세 형제가 분열되고 인류가 서로 반목하고 충돌하는 비극을 낳았다.
과거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바른 삶을 살 수 없다.
사람은 누구든지 그의 과거를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겸손하게 다시 물어야 한다.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뛰어넘는 믿음의 단서를 하나님 안에서 찾아야 한다. 노아와 롯의 아내처럼 과거의 그림자에 사로잡혀 살아선 안 된다.
예수는 스스로는 완벽한 분이었지만 자기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허물과 실수도 십자가 대속의 은혜로 용납해 주었다. 그렇게 함으로 과거에 형성된 어두운 자아로부터 초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예수는 베드로에게 반복해서 말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강물이 목표한 바다를 향하여 쉬지 않고 흘러가듯 머물지 말고 흘러라. 앞으로 전진 하라. 모압 평지 앞에 섰던 모세처럼 강렬한 미래기억(memory of future)으로 현재를 살라. 어떤 시인은 말했다. “날아가는 새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2026년 신년이 앞에 와 있다. 앞길을 여는 사람에게 도약은 간절하게 사리워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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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