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버는 것 보다 더 지출”… 가주, 생활비부담 1위

2025-12-05 (금)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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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 “재정 생각하면 불안”
▶ 주택·식료품 물가 급등

▶ ‘연 3만달러 페널티’ 부담
▶ 가계의 회복탄력성 급감

“버는 것 보다 더 지출”… 가주, 생활비부담 1위

가주 주민들이 치솟는 물가와 함께 전국 최고 수준의 주택 비용 등으로 인해 재정 상황이 계속 악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미국인 4명 중 1명 이상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쓰는 적자 가계부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물가와 불안정한 경제 환경이 가계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전국 평균 대비 수만 달러의 ‘징벌적 비용’을 매년 부담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금융산업규제청(FINRA)이 발표한 ‘2024년 전국 금융역량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6%가 “버는 것보다 더 쓴다”고 답했다. 기존 조사에서 18~20% 수준이었던 것이 단숨에 25%를 넘어선 것이다. 또한 미국인 중 ‘청구금액을 내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2021년 54%에서 올해 44%로 10%포인트 급락했다.

가계가 느끼는 불안함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인의 63%는 ‘개인 재정을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답했고, 35%는 2,000달러의 긴급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급되었던 현금 지원과 저금리 환경이 사라지면서, 많은 가계가 다시 빚과 불안정한 소득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로 되돌아갔음을 의미한다.


노스웨스턴 뮤츄얼의 재무조사에서도 52%의 응답자가 “물가가 소득보다 더 빠르게 오른다”고 답했으며, 66%가 올해 재정적 위협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감당할 수 없는 주택 비용으로 인해 전국에서 가장 큰 생활고를 겪고 있다. 트렌스페런시 파운데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연소득 13만달러인 3인 중산층 가구는 전국 평균과 비교해 연간 약 2만9,753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 즉 ‘생활비 페널티’를 부담하고 있다. 페널티로 인해 해당 중산층 가족은 연간 3만2,391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같은 소득의 미국 평균 가구의 적자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캘리포니아의 중간 가격대 주택은 이미 전국 평균 중간 가격대 주택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상황이다. 2020년 1월 이후 중간 가격대 신규 주택을 구입할 경우 모기지, 세금, 보험을 포함한 월 납입금은 74%나 폭증했다.캘리포니아 세입자의 55%와 주택 소유자의 38%가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 비용으로 지출하는 ‘주거 비용 부담 가구’로 분류돼 전국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식료품 등 필수 지출항목 역시 골든스테이트 주민들의 지갑을 얇게 하는 부분이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전기 및 에너지 비용은 타주 대비 101% 더 높다. 육아 비용은 51%, 식료품비는 27% 타주 대비 높은 수준이다. ‘유나이티드 웨이스 오브 캘리포니아’의 연구는 캘리포니아 ‘3가구 중 1가구 이상’이 식비, 주거비, 교통비 등 기본적인 필수품을 감당하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총량지표는 견고한 모습이지만, 정작 가계의 체감 환경은 정반대라고 지적한다.

FINRA 재단의 제리 월시 회장은 “중산층의 투쟁이 본격화됐다”며 “안정적인 소득을 가진 가구조차 급등한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며 재정적 회복탄력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전국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재정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캘리포니아의 살인적인 생활비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동시에 붕괴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택 문제 해결 없이는 캘리포니아의 재정적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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