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주 한인 역할 일깨워준 2.20클럽

2025-10-30 (목) 07:47:03 진민재 2.20 클럽 회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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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20 클럽을 알게 된 건 2016년, 당시 2.20 클럽은 정말 소규모 봉사 단체였다. 하지만 회원 간에 오로지 봉사를 향한 친밀한 결속력은 가히 그 어느 단체도 따라갈 수 없어 보였고, 아이러니하게도 회원 간에 봉사 이외에 개인 친목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어쩌면 “지역사회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따스한 온정의 손길을 주자"하는 회원 한 명 한 명의 단단한 그 마음 하나가 오늘의 2.20 클럽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2021년 10월 말, 나는 봉사할 단체를 고심했다. 개인적으로는 서른다섯 나이에 시작한 이민 생활 중에 나를 한없이 품어준 한인 커뮤니티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었고, 당시 7학년이었던 딸과 5학년이었던 아들에게는 타국 땅에서 소수계 이민자로 살아가며 한국과 미국을 잇는 역할을 깨우쳐주고자 함이었다. 결론은 2.20 클럽. 과거 6년간 취재 기자로 활동하며 속까지 지켜 봐온 2.20 클럽은 후원금 100%를 고스란히 결식아동에게 헌납하는 투명한 단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지금까지 한치 잘못됨도 변함도 없다.

2.20 클럽이 18년 활동 끝에 한국 정부로부터 유공 표창 대통령상을 받게 된 비결이 뭘까? 나는 2.20 클럽이 그간 활동을 통해 ‘미 주류 사회에 이 시대 한인이 해야 할 올바른 역할을 제시'한 덕이 아닐까 감히 생각한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당당하게 일어서 한강의 기적을 넘어, 전 세계적 열풍으로 한류를 만들어 냈다. 미주 한인, 특히 이민 1세대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 그저 성실함을 기반으로 많은 분이 성공적인 삶, 아메리칸드림을 이뤄냈다.


따라서 이러한 위상에 걸맞게 이제 세계 속 한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주류 사회를 향한 베풂일 것이다. 2.20 클럽은 단순히 형편이 어려운 한인을 위한 범주를 벗어나 지역 사회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인종 불문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고 하지 않았나!

2.20 클럽은 오늘도 갓 자란 아이들 고사리손과 이 아이들 길잡이가 되는 젊은 부모들 손, 그리고 이민 1세대의 경륜 가득한 손이 맞닿아 페어팩스 카운티 11개 학교의 어려운 가정에 주린 배를 든든히 채우는 조용한 기적을 이뤄 가고 있다.

<진민재 2.20 클럽 회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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