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위 전 ‘혐미·공산당·안티파’ 규정해 여론몰이 시도
▶ 밴스, 해병대 행사 참여… “’노 킹스’ 시위에 맞불 성격”
미국 곳곳에서 수백만명이 참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노 킹스'(왕은 없다) 시위가 열린 18일 당일에는 행사 전과 대조적으로 공화당 지도자들이 대체로 침묵을 유지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분석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연방하원 의장 등 공화당 지도자들이 시위가 열리기 전 며칠간 '미국 증오(Hate America)', '공산당', '안티파', '하마스 지지자들', '자본주의 증오', '정체를 드러낸 마르크스주의자들' 등 비난 발언을 쏟아냈으나, 정작 시위 당일에는 발언이 드물었고 대체로 침묵을 지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전날인 17일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그것, '킹' (시위) 때문에 (정부 운영 재개를) 미루고 싶다고 말한다"며 "그들은 나를 왕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 당일인 18일은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로 가서 한국·일본·대만 기업 대표들과 골프를 쳤다.
J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18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근처에 있는 펜들턴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미국 해병대 창건 2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가디언은 밴스 부통령 등이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이 노 킹스 시위에 대한 맞불의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행사에서는 해병대원들과 수륙양용차를 동원한 해안 상륙 시범과 포탄 발사가 이뤄졌으며,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포탄 탄도가 교통량이 많은 인근 I-5 고속도로 상공을 지나가므로 안전 우려가 있다며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을 폐쇄하고 이와 나란히 설치된 철로를 지나는 여객열차 운행도 중단시켰다.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주도(州都) 오스틴에서 대규모 '노 킹스' 시위가 예고되자 시위 이틀 전인 16일에 "텍사스에서 폭력과 파괴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나는 텍사스 공안부와 텍사스 주방위군에 지시를 내려 오스틴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모든 법집행 공무원들과 자원을 배치토록 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로이터통신은 공화당 지도자급 인사가 아닌 일반인 전·현 공화당원이나 공화당 지지자들이 18일 '노 킹스' 시위에 직접 참여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퇴역군인 케빈 브라이스(70)는 "1776년 이래 왕은 없다"는 문구가 인쇄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내가 군복무를 하는 동안 지킨다고 생각했던 가치들 모두가 위험에 한 것 같다"며 "그래서 나는 평생 공화당원임에도 불구하고 당이 가는 방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텍사스주 휴스턴에 사는 석유업계 퇴직자 스티브 클롭(74)은 "전(前) 공화당원"이라고 적힌 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는 "나는 항상 공화당원이었고 내 가족도 항상 공화당원이었다"며 "단 한 사람 탓에 내가 공화당으로부터 돌아서게 될 수 있었다니 미쳤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