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날로그 필름과 전통 자수로 풀어낸 ‘움즉이지안는영화’

2025-10-17 (금) 12:00:00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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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회 KAFA미술상 수상자 최희현

▶ 23일 LA한국문화원서 개인전 개막
▶ 조선 여성 시선으로 재해석한 영화사

아날로그 필름과 전통 자수로 풀어낸 ‘움즉이지안는영화’
아날로그 필름과 전통 자수로 풀어낸 ‘움즉이지안는영화’

LA한국문화원(원장 이해돈)과 카파미술재단(KAFA·회장 글로리아 이)이 오는 23일부터 11월14일까지 문화원 2층 아트갤러리에서 제19회 KAFA 미술상 공모전 수상자 최희현 작가의 개인전 ‘움즉이지안는영화’(A Motionless Movie)를 개최한다.

KAFA미술재단(Korea Arts Foundation of America)은 1989년 미술 애호가들과 컬렉터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로, 젊은 작가 발굴과 창작활동 지원을 위해 공모전 및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1992년부터 격년으로 수여하는 이 상은 수상자의 창작 예술성과 경력, 미래 가능성을 종합 평가해 선정하며, 상금과 함께 다음 해 LA한국문화원 개인전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의 수상자인 최희현 작가는 LA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으며, 한국과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실험영화 작가다. 서강대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더 아츠(CalArts)에서 필름앤비디오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16mm와 슈퍼8mm 등 아날로그 필름으로 작업하며, 영화와 비디오 매체의 본질적 속성과 역사적 맥락을 탐구해왔다. 에딘버러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앤아버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는 4점의 영상 작품과 자수 작업을 포함한 신작으로 구성된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에세이 필름 ‘움즉이지안는영화’는 1920년대 조선 신문 기사 ‘움즉이지안는영화(움직이지 않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품은 당시 신문의 ‘가정·부인란’을 읽던 여성들의 시선을 상상하며, 기사 속 미국 배우 클라라 보우의 흔적을 따라간다.

흑백 무성영화 ‘칠실’은 영화 문법이 정립되기 이전 ‘카메라 옵스큐라’를 경험했을 규방 여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싱글채널 비디오 ‘널뛰기’와 3채널 비디오 ‘함’은 카메라의 앞과 뒤, 프레임의 안과 밖, 이미지를 ‘만드는 자’와 ‘되는 자’의 경계를 흐리며 카메라의 존재 방식을 새롭게 탐색한다.

‘연속사진’ 연작에서는 사진과 영화의 역사 속 고정된 이미지를 해체하고, 전통 자수와 조각보 기법을 통해 파편화된 장면을 다시 잇는 독특한 시도를 선보인다.

이해돈 문화원장은 “미주 한인사회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제19회 KAFA 미술상 수상전으로, 전통적 영상언어와 수공예적 매체를 결합해 독창적인 감각 세계를 구축한 최희현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게 되어 뜻깊다”며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경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펼쳐지는 젊은 예술가의 상상력과 실험적 시도를 많은 분들이 관람하며 새로운 사유와 통찰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로리아 이 KAFA 회장은 “KAFA는 지난 35년간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해왔다”며 “이번 전시가 차세대 작가들의 개성과 비전을 소개하고 한인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개막식은 오는 23일(목) 오후 6시30분 LA한국문화원(5505 Wilshire Blvd.)에서 열리며, 전시는 11월14일(금)까지 LA한국문화원 2층 아트갤러리에서 계속된다.

문의 (323)936-7141 www.kccla.org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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