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조선업 재건 상징’ 직접 타격… K조선 전체 제재 우려

2025-10-17 (금) 12:00:00 서울경제=주재현·조윤진·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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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 한화오션 미 자회사 제재
▶ 중국, 전 세계 해운 36% 차지

▶ 미 안보 약한 고리 파고들어
▶ 한국 현지투자만 겨냥했지만 협력땐 후판까지 막을 수도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필리조선소를 비롯한 자회사 5곳을 제재하고 나선 것은 조선업이 희토류 공급망 못지않게 미국 안보의 가장 약한 고리라는 점을 정조준한 조치다. 선박 건조와 해상 물류 영역에서 중국이 가진 막대한 공급 능력을 무기로 미국의 조선업 재건 시도를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한화가 1억 달러를 들여 매입한 뒤 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곳으로 한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협력의 상징으로 통하는 곳이다. 이번에는 한화오션의 미국 현지 투자만 겨냥했지만 향후 미중 갈등 진행 상황에 따라 한국 조선업 전반을 대상으로 초강력 제재 조치가 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중국의 ‘1단계 경고’로 보고 있다. 당장 이번 조치만 가지고 한화오션의 영업 활동에 실질적 피해가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14일 “필리조선소는 아직 대형 선박을 건조할 역량을 갖추지 못해 중국 기업과 직접 거래를 할 일이 없다”며 “당장 한국을 때린다기보다 미국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중국 내 사업 비중이 크지 않으면서도 한미 협력의 상징으로 통하는 한화오션을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해석된다”며 “한화가 방위산업체라는 것 또한 목표 설정의 배경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계 선박을 대상으로 순톤당 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한 날에 맞춰 중국이 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400위안, 약 8만 원)의 상응 조치를 한 것도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미중 정상회담 전까지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조선업은 중국이 공급량의 90%를 쥐고 있는 희토류 못지않은 미국의 취약점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1,910척 중 미국의 수주 물량은 2척에 불과했다. 사실상 조선업의 불모지인 셈이다. 미국은 자체 상선을 확보할 능력을 상실한 것은 물론 세계 최강으로 여겨지는 미 해군력을 유지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을 개정해가며 미국 조선업 부활을 시도하는 배경에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미중 갈등이 더 격화하는 워스트 시나리오로 흘러갈 때다. 자칫하면 우리 기업이 미중이라는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신세가 될 수 있어서다. 당장 중국의 제재가 확장될 경우 미국이 조선업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선박 수주부터 어려워질 수 있다. 전 세계 해운 노선의 상당 부분이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실제 2023년 기준 중국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3억1,034만 TEU로 전 세계 항만이 처리한 물량의 36%에 달했다.

<서울경제=주재현·조윤진·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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