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또는 15일 개최” 국힘에 제안…민생경제협의체 與野 합의 한 달째 공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원내운영수석인 문진석 의원, 박홍근 의원이 29일(한국시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9.29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법안' 처리 문제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 정쟁 속에 비쟁점 법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야당의 협조에 더해 추석 연휴 이후 국정감사 돌입 등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날짜를 잡기까지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오는 13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시작되는 국감 기간 중이라도 본회의를 열어 민생 법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통상 국감 중에는 본회의를 열지 않는 것이 관례이지만, 시급한 법안 처리를 위해 예외를 둬야 한다는 논리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연휴기간 정치가 푹 쉬었으니 이제 '밥값하는 정치합시다'라고 (국민의힘에) 제안드린다"며 "연휴 직후 바로 본회의를 열어서 국민이 애타게 기다리는 70여개 비쟁점 민생법안부터 처리하자"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오늘과 내일 중으로 (여야) 원내 지도부 소통을 통해 10일 혹은 15일쯤 본회의 개최 합의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민생 법안 69건 가운데 여야 간 이견이 적은 10여건만이라도 우선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응급의료법 개정안), 도서·벽지·농어촌 어린이집 지원이 핵심인 영유아보호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이 당이 꼽은 핵심 법안들이다.
국감 중 본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의 협조가 필요하다.
다만 추석 연휴 전 쟁점 법안을 둘러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정국 속 여야 대치가 국가 전산망 먹통 와중 이재명 대통령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에 대한 공방으로 한층 격화한 점이 민주당 입장에선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민생 법안 처리엔 공감하지만 '입법 독주'를 이어온 민주당의 사과와 태도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과 합의 없는 본회의를 강행하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고민 지점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가능성에는 "민주당이 바라는, 또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은 본인들이 합의한 민생법안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양심"이라며 국민의힘에 필리버스터 자제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본회의 개최에 동의한다고 해도 국감 기간 적당한 본회의 일정을 잡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처럼 해외에서 국감을 진행하거나 지역 현장 국감을 하는 상임위원회들도 많아 본회의 날짜 잡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여야 대립 속 민생경제협의체도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있다. 민생경제협의체 가동은 지난달 8일 이 대통령의 여야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합의된 사안이다.
이후 지난달 19일 첫 회동이 예정됐지만 여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단독 처리에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회동 자체가 무산됐다.
첫 회의가 언제 다시 열릴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국감에 돌입하면 협의체도 가동되지 못한 채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