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마티니스, 거대 IT기업 구글에 영입돼 ‘양자우위’ 규명
▶ 英 클라크, 실제 장치에서 근본적 양자 현상 구현
▶ 佛 드보레, 초전도 회로에서 세계 최초로 양자 간섭 입증

왼쪽부터 존 클라크(영국) UC 버클리 교수, 미셸 드보레(프랑스) 예일대 교수, 존 마티니스(미국) UC 샌타바버라 교수 [로이터]
거시 규모에서 나타나는 양자역학적 효과를 연구한 공로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존 M. 마티니스(미국ㆍ67)와 존 클라크(영국ㆍ83), 미셸 드보레(프랑스ㆍ72)는 이론의 영역에 있던 차세대 양자기술을 현실로 구현할 기반을 닦은 연구자들이다.
세 사람은 협력 연구를 통해 양자 세계의 기묘한 특성이 맨눈에 보일 만큼 큰 시스템에서도 구체화할 수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양자컴퓨터, 양자암호, 양자센싱 등 차세대 양자 기술 연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마티니스는 프랑스의 원자력 및 대체에너지 위원회에서 첫 번째 포스닥(박사후과정) 연구를 한 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전자기 기술 부문에서 연구를 이어갔고, 2004년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샌타바버라)에 정착했다.
마티니스는 양자역학에 따른 양자운동을 할 수 있는 초미세 장치인 양자기계(quantum machine)를 만들어낸 연구가 2010년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의해 그해 최고 과학 업적으로 선정되며 처음 주목을 받았다.
당시 UC샌타바버라에서 함께 연구하던 앤드루 클레런드 박사와 함께 머리카락 직경 정도 크기의 극미세 기계를 만들고 이 기계가 양자운동을 하도록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 양자역학 법칙에 따른 양자운동은 그 이전까지 분자나 원자, 아원자 입자에서만 관찰됐는데, 이 양자기계 덕분에 인간이 만든 물체에서 처음으로 양자운동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의 이름이 다시 한번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4년 구글이 인공지능(AI) 개발 노력 가속화를 위해 퀀텀 컴퓨팅 전문가로 그를 영입하면서다.
구글에서 자신의 팀과 함께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 개발작업을 해온 마티니스는 2019년 네이처에 '프로그래밍 가능한 초전도 프로세서를 활용한 양자 우위'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53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활용해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ㆍ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음을 의미) 달성을 발표하며 양자 컴퓨팅 연구ㆍ개발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2020년 구글을 떠난 마티니스는 호주로 이주해 동료 연구자가 설립한 '실리콘양자컴퓨팅'이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에 합류했고, 2022년에는 양자 기술회사 큐오랩을 공동 설립했다. 현재 UC샌타바버라 명예교수이기도 하다.
또 다른 공동 수상자인 존 클라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교수는 1942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에서 학부와 박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1960년대 말 미국으로 건너가 UC버클리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1980년대 초 그는 이번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프랑스의 미셸 H. 드보레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고, 당시 박사과정이었던 마티니스와도 협력했다.
케임브리지대학에 따르면 클라크 교수의 연구는 자기 플럭스를 감지하는 초고감도 검출기인 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SQUID)의 이론, 설계 및 응용을 기반으로 한다.
클라크 교수가 몸담았던 케임브리지대 내 캐번디시 연구소의 메테 아타투레 연구소장은 "클라크는 드보레, 마티니스와 함께 초전도 큐비트를 기반으로 한 현대 양자 기술의 문을 열었다"며 "실제 장치에서 근본적 양자 현상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또 한명의 공동 수상자인 드보레 미국 예일대 교수는 1953년 3월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 쉬드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2년 UC버클리로 건너가 클라크 교수 밑에서 박사 후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2년 후 프랑스로 돌아와 다니엘 에스테브, 크리스티앙 우르비나와 함께 CEA 사클레(정부 산하 과학기술 연구기관)에 '콴트로닉 연구 그룹'을 설립했다. 이 팀은 초전도 회로에서 양자 간섭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선구적 연구팀으로, 큐비트 조작 분야에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
그는 CEA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며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메조스코픽 물리학 석좌 교수로 활동했다. 현재 예일대에서 응용 물리학 나노제조 연구실을 이끌며 강의하고 있는 드보레는 학술 활동과 병행해 구글 퀀텀 AI의 수석 과학자로도 재직 중이다.
프랑스 과학원 회원이기도 한 드보레 교수는 그간의 연구 성과로 수많은 상을 받았고, 이번에 조국 프랑스에 21세기 7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안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