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원 청문회서 “인태지역 우선순위는 中 억제…中서해활동, 韓 위협 목적”
▶ “韓·日, 자국 국방투자 크게 늘려야…주한미군 규모, 지역안보 환경 고려”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로 지명된 존 노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7일 인·태 지역 안보에 대한 최대의 위협으로 중국으로 지목하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한국·일본 등 동맹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존 노 지명자는 이날 미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 제출한 답변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한국 등 지역의 동맹국들이 자체 방위비와 전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태 지역 주둔 미군에 대해선 주한·주일미군 같은 '영구적 배치'와 필리핀 등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순환 배치'가 혼합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 "中, 가장 심각한 군사적 위협…안보에서 우선순위"
노 지명자는 인·태 지역의 안보 우선순위에 대해 "여전히 가장 심각한 군사적 위협으로 남아 있는 중국을 억제하는 데 중심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점점 더 공격적인 행태, 대만에 대한 강압적 활동, 그리고 공세적 군사 태세로 지역 내 국가들 사이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의 핵무기 확충은 아시아에서의 지역 패권을 확립하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세계적 우위에 도전하려는 전략적 야망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면서 "이런 핵 확장은 포괄적 군 현대화 프로그램의 일환이며, 대규모 재래식 군비 확충과 결합돼 중국이 자국의 지정학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필요한 군사적 조건을 만들려는 계산된 전략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국방비 수치는 실제 군사 투자의 범위와 규모를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전례없는 군함 건조, 핵 확장, 첨단 기술 개발 등 모든 영역에 걸친 중국의 군 현대화 속도와 규모(에 드는 비용)는 다른 국가에서 유사한 능력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과 비교할 때" 수치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인·태 지역 군사전략에 대해선 "(미국과 상대적인) 지리적 거리를 활용하고 첨단 전구(戰區)급 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통합 방공체계 등 정교한 반접근·지역거부 능력을 운영함으로써 제1도련선 내에서 미군이 효과적으로 작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짚었다.
제1도련선은 쿠릴열도와 대만 동쪽, 필리핀 서쪽, 믈라카 해협을 잇는 가상의 선으로, 중국 해군의 작전 해역 경계선을 뜻하며 미국과 중국의 해상 세력 방위선에 해당한다.
◇ "韓 등 동맹국, 방위비 대폭 늘려야…'부담 분담' 동맹으로"
노 지명자는 이 같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미군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면서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 및 파트너들의 자체 방위력 증강과 방위비 증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준되면 중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 전투력을 갖춘 군대를 날짜변경선 서쪽(서태평양)에 배치하는 데 중점을 둔 정책들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일본, 호주, 한국 등 동맹국들이 자국의 국방지출을 대폭(dramatically) 증액하고 독립적으로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을 유지함으로써 우리의 동맹 관계를 진정한 부담 분담(burden-sharing) 동맹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미국의 군수 산업이 "본토 방위와 제1도련선에서의 거부 방어에 모두 필요한 핵심 탄약과 플랫폼 등을 필요한 규모와 속도로 생산하는 데 부족하다"며 "장거리 정밀 타격 및 방공 탄약을 충분한 양으로 생산하는 능력, 분쟁 지역 내에 전방 배치된 해군 및 공군 자산을 유지·수리하는 능력, 그리고 첨단 잠수함 및 고급 플랫폼을 필요한 속도로 생산하는 능력에서 특히 부족함에 직면"하고 있어 이를 증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주로 한미동맹의 대북 재래식 억제에 집중해야 하지만, 많은 역량이 대중국 억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서 "(한국군의) 장거리 화력, 통합 방공 및 미사일 방어, 우주전, 전자전과 같은 역량은 (중국과 북한) 두 위협 모두에 맞서 지역 내 억제를 강화하는 데 의미 있는 영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간에 동맹 현대화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지역 내 미군은 물론 한국군도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지명자는 "서해에서 중국의 활동은 한국을 위협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준된다면 이러한 활동을 검토하고 적절한 대응을 제안하기 위해 미 정부의 동료들 및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초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했다. 그리고 이를 조사하려는 한국 측 해양조사선을 중국 해경과 함께 나타난 중국인들이 무력으로 가로막기도 했다. 또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군함과 군용기의 한국 영해·영공 침범도 잇따르고 있다
노 지명자는 또 상원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는 대만이 자기 역할을 하고, 국방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하게 믿는다"면서 대만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국방 지출에 써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도 답변했다.
◇ "미군, 영구·순환배치 혼합돼야"…주한미군 규모·역할에 "안보환경 고려"
노 지명자는 인·태 지역의 안보 태세를 위해 미군의 "영구적 전방 배치와 유연한 순환 배치가 혼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일·주한미군처럼 지속적인 미군 주둔은 주둔국과의 제도적 유대를 형성하고 맞춤형 임무 훈련"을 가능케 하는 반면, "높은 유지비용과 부수비용이 따르는 동시에 주기적인 교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필리핀과 호주 등에서 활동하는 해병 순환부대를 예로 들어 "순환 배치군은 유연한 배치를 가능하게 하고, 높은 대비 태세로 전개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높은 위협 시기에 배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지명자는 주한미군 역할·규모와 관련해 "주한미군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도록 태세를 갖추고 배치돼 있다"며 "현 안보 환경에 적절히 초점을 맞추도록 한국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의 전세계적 태세는 미국이 유사시에 최적의 태세를 갖추고, 우리의 동맹·파트너들이 그들 자신의 안보에 적절히 투자하도록 지속적으로 재평가된다"며 "현 지역 안보 환경을 고려해 한반도에서의 미군 태세를 조정"하는 방안을 권고하기 위해 인도ㆍ태평양 사령관 및 주한미군 사령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모든 지역의 위협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미군 인원이 적절히 조정되도록 지휘부 및 국방부 군 지휘관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지명자는 북한군에 대해선 "우크라이나전을 통해 현대의 무인항공기 밀집 전투 환경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풍부한 통찰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전투 상황에서 자국의 탄도미사일 성능을 시험할 기회를 얻었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계인 노 지명자는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직에 지명됐다.
인·태 지역의 안보 정책과 전략을 담당하는 인·태 안보 차관보가 관할하는 국가에는 남북한과 중국, 대만,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이 포함된다.
스탠퍼드대 로스쿨 출신인 그는 변호사와 연방 검사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 장교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병 소대를 이끌기도 했다. 국방부 근무 전에는 미국 하원의 중국특위에서 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