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인 300여명 ‘불법체류’ 체포 ‘충격적 후폭풍’

2025-09-08 (월) 12: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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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 이민당국 최대규모 급습

▶ 쇠사슬·족쇄 채워 수감
▶ “전세기로 석방될 듯”

연방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회사(HL-GA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 혐의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총 475명을 체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하는 대규모 이민자 추방 계획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단일 이민단속 작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데다 한국인들이 불법 신분을 이유로 미국에서 수백명 규모로 체포된 것도 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 파문과 후폭풍이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 메타플랜트 부지 내 공장 건설 현장에서 직원 47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HSI는 5일 브리핑을 통해 “이들 중 다수가 한국 국적”이라며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연초부터 장기간의 이민범죄 수사를 진행했다”며 “증거를 기반으로 법원의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덧붙였다.

체포된 이들 중 한국인은 3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부분 공장 건설을 위해 한국에서 온 출장자와 협력업체 직원, 현지 채용 직원 등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부분 비즈니스 목적의 단기 방문 비자인 B1을 소지하거나 전자여행허가(ESTA)로 무비자 입국한 상태로 추정된다.


이번 작전에는 ICE, HSI뿐만 아니라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주류·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 세관 및 국경순찰대(CBP) 등이 동원됐다. 요원들은 공장 직원들을 시민권이 확인될 때까지 구금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이들은 케이블 타이로 손을 묶어 조지아주 폭스턴에 위치한 ICE 수용 시설로 이송했다. 이후 HSI는 성명을 통해 요원들이 “불법 고용 관행 및 기타 심각한 연방 범죄 혐의에 대한 형사 수사 진행의 일환으로 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고,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투자업체의 경제활동과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체포됐던 한국인 300여 명은 곧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7일 “구금된 국민들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면서 “행정절차가 남아 있고,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을 모시러 출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풀려나는 시기는 10일쯤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 당국이 동맹국의 대규모 투자 현장을 기습적으로 덮쳤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트럼피즘’식 반이민·제조업 강화 기조 속에 대미 투자가 언제든 정치적 변수에 휘둘릴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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