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국심사·비자 강화에
▶ 강달러 환율 부담도
▶ LA 등 주요도시 직격탄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한국인의 미국 방문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달러 강세와 여행 비용 부담, 강화된 이민 정책과 국경 통제, 비자 발급 지연 등이 겹치면서 미국행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행 전문 매체 트래블&투어 월드 닷컴에 따르면 올 3월 한국인 관광객의 미국 방문은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했다. 한국은 캐나다(34%), 독일(28%), 스페인(25%), 영국(18%)과 함께 미국행을 줄인 대표적 국가에 포함됐다. 특히 한국인의 방문 감소는 한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의 관광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방미 수요 위축으로 항공사와 여행사 예약 취소율이 20% 이상 늘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비자 발급 지연과 까다로워진 입국 심사가 부담을 주고 있다며 달러 강세로 여행 비용이 급등해 미국 대신 동남아나 일본, 유럽을 선택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공항 등 미국 국경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장시간 조사를 받거나 입국이 지연되는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미국 여행은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ESTA(전자여행허가)나 유효 비자를 소지했음에도 입국 심사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경우가 늘면서 잠재적 여행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화 강세 역시 주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항공권, 숙박, 샤핑 비용이 크게 늘었고, 고환율 부담은 가족 단위 여행객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여행업계는 “미국은 더 이상 ‘합리적인 비용으로 즐기는 여행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찾던 한국인들의 관심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일본과 동남아시아는 환율 부담이 덜하고 비자 절차도 간편해 대체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중남미 역시 새로운 경험을 찾는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방미 감소가 단순한 수치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LA 한인타운을 비롯해 한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지역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호텔, 소매점, 한식당 등 관련 업계는 매출 감소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여행협회(USTA)는 올해 외국인 방문객 감소로 미국 관광업계가 최대 64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 관광객 감소가 장기화할 경우 서부 해안 대도시의 관광 수입 손실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관광 매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비자 절차를 간소화하고, 여행객 친화적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강경한 이민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인들의 미국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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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