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령층 온라인 사기 피해액 ‘사상 최고’

2025-08-12 (화)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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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시니어도 범죄 타깃
▶ 지난해 피해규모 7억달러

▶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 ‘개인정보 제공 절대 금물’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 수법들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피해 규모도 사상 최대치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층이 온라인 사기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7억달러의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이는 전년(5억4,200만달러)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치로, 사기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4년 전 60세 이상 고령층의 총 피해액은 1억2,100만달러로 현재 손실액은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FTC는 피해 규모가 10만달러 이상인 사건의 피해액이 무려 4억4,500만달러로 2020년 대비 8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1만~10만 달러 사이의 피해는 2억1,400만달러, 1만달러 이하 소액 피해액도 4,100만달러에 달했다.

가장 흔한 사기수법은 정부 기관을 사칭하거나 허위로 위기상황을 조작하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은 온라인 사기범죄자들로부터 ▲은행 계좌에서 의심스러운 활동 감지 ▲사회보장번호 범죄 활동에 사용 ▲컴퓨터 악성코드 감염 등의 말로 현혹을 당했다. 사기 범죄자들은 더 나아가 FTC를 포함한 정부 기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대기업을 사칭하며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범들이 소비자보호위원회(CPC)의 정식 직원인 것처럼 사칭해 실제 직원의 이름과 직책을 도용한 케이스도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속여 안전한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거나 , 암호화폐 현금인출기(ATM)을 통해 입금했다. 심지어 현금과 금괴를 택배 기사에게 건네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FTC는 “이러한 행위가 실제 정부 기관의 행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접근은 대부분 온라인, 이메일, 소셜 미디어(SNS) 등을 통해 시작됐다. 이후 사기범들은 전화로 전환하여 압박감을 높이고 절박함을 조장하며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파괴했다. 그렇다면 60세 이상 고령층이 온라인 사기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FTC는 ▲권위에 대한 신뢰 ▲제한된 디지털 전문성 ▲고립감과 외로움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금 등을 꼽았다. 상당수의 고령 피해자들은 은퇴 후 생활을 보장해줄 장기 퇴직 저축까지 모두 상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 시니어들도 사기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다루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영어까지 서툴러, 사기범의 기만적인 접근을 구분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권위 있는 기관이나 대기업을 사칭한 전화 한 통, 혹은 경고 메시지만으로도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송금이나 개인정보 제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취약성을 악용한 범죄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커뮤니티 차원의 경각심과 예방 교육이 절실하다.

FTC는 “사기 범죄피해를 예방하려면 대화를 완전히 중단하고 반드시 공식적인 연락처를 통해 해당 기관에 직접 연락하여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며 “정부 기관이나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은 전화나 이메일로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에게 돈이나 개인 정보를 넘기는 것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과의 주기적인 소통도 필수적이다. FTC는 “가족과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혹시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거나 돈을 보내야 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가족에게 먼저 알리고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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