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부터 관세유예 철폐
▶ 멕시코산, 수입물량 90%
▶ 제품가격 최소 10% 상승
▶ 피자·파스타 줄줄이 인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멕시코산 토마토를 겨냥하면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상무부가 전날부터 수입 토마토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멕시코산 토마토에 20.9%의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외식업은 물론 가정에서도 핵심 식재료로 사용되는 토마토에 관세가 붙으면서 LA 한인 식당업계는 물론 한인 경제 전반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CNN에 따르면 전날부터 멕시코산 토마토에 대한 관세유예 조치가 폐지됐다. 상무부는 1996년부터 거의 30년 가까이 멕시코산 토마토에 대해 관세 유예를 해왔다. 이에 따라 멕시코산 토마토에는 20.9%의 관세가 붙게 된다. 상무부는 지난 4월 관세유예 조치 폐지를 예고하면서 “상호협정에 따라 멕시코산 토마토가 덤핑 등으로 부당하게 가격이 책정되면서 미국 내 토마토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어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멕시코산 토마토의 미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은 멕시코에서 31억2,000만달러 상당의 생토마토를 수입했다. 이는 미국 전체 토마토 수입액인 36억3,000만달러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식탁물가를 떠받쳐 오던 멕시코산 토마토에 관세가 붙으면서 레스토랑은 물론 푸드트럭, 일반 가정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점이다. 토마토는 피자, 파스타, 샐러드 등 여러 메뉴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재료다. 미국산 토마토로 대체하려고 해도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밭에서 기른 토마토의 5월 평균 소비자가격은 파운드당 1.7달러다.
애리조나주립대 농업경제학자 티머시 리처즈 교수는 “관세가 적용되면 토마토 가격은 10% 상승하고 소비는 5%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가주에서 식당 비야 로마를 운영하는 테리사 라조는 관세 때문에 멕시코산 토마토 가격이 급등하면 식당이 파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식당에선 샐러드는 물론 피자와 파스타에 들어가는 마리나라 소스를 만들 때 토마토를 쓴다. 라조는 “일주일에 세 번 외식하던 사람이라면 이젠 우리가 음식값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한두 번만 외식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LA에서 피자 식당을 운영하는 저스틴 디 리언은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할지도 모른다면서도 “그저 관세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 바란다”고 말했다.
LA 한인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토마토를 많이 사용하는 피자와 파스타, 함박스테이크 등은 원가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한 한인 분식점 관계자는 “이미 식자재 가격이 다 오르는데 토마토까지 오르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며 “결국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손님이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 조치에 멕시코 측과 수입업계는 “정치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왈베르토 솔로리오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농업협의회 사장은 “이번 조치는 상업적인 문제이기보다는 정치적 이슈라고 본다”며 “논리나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관세 부과 소식에 토마토 재배 농부들은 환호하고 있다. 로버트 귄터 플로리다 토마토 거래소 부사장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멕시코산 토마토의 불공정한 가격으로 인해 미국 농부들은 지속적인 피해를 입어 왔다”며 정부의 관세 부과정책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식품 기업 하인즈의 경우 케첩에 미국산 토마토를 쓰고 있어 관세의 타격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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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