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회담 합의 공식 서명
▶ 불확실성 개선 가능성 커졌지만 최종 무역협정까지 갈 길 멀어
▶ 펜타닐 대응·중 시장 개방 등 난제
▶ 미, 내달 8일 상호관세 유예 종료
▶ 합의 국가 1곳뿐, 기간 연장할 듯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와 희토류를 둘러싼 ‘공급망 갈등’을 봉합했다. 지난 9, 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고위급 회담에서의 합의 내용에 양국이 공식 서명하면서다.
미중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차 회담에서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율을 110%포인트씩 90일간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간 무역 전쟁의 핵심 쟁점이었던 공급망 갈등도 고비를 넘기며 최종 협상 타결을 향한 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리는 어제 막 중국과 서명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목적어는 없었으나, 2차 고위급 회담 합의 사항을 구체화한 문서에 서명했다는 의미라고 로이터통신 등은 해석했다.
미중은 런던 회담에서 5월 불거진 공급망 갈등을 봉합하는 데 합의했다. 중국이 미국 기업의 자동차·반도체 등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공급 차단을 중국이 풀어주는 대신,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품의 대(對)중국 수출 제한 완화, 중국인 유학생 수용 등 중국 측의 요구사항 일부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발언이 나온 직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2차 회담 합의문에 서명했음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시점과는 하루 차이가 있긴 하나, “중국과 이틀 전(24일)에 서명했다”고 그는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어 “그들(중국)은 우리에게 희토류를 공급할 것”이라며 “그걸 받으면 우리도 맞대응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맞대응 조치에는 제트 엔진과 부품, 에탄 등 플라스틱 제조에 필요한 석유화학 원료 등에 대한 수출 제한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합의는 “몇 달간 이어진 무역 불확실성과 공급망 교란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다만 “동시에 최종적이고 포괄적인 미중 무역 협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도 보여준다”고도 전했다. 공급망 갈등 해소라는 큰 산을 넘기는 했으나 합성 마약 펜타닐 대응,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시장 개방 문제 등 ‘더 큰 산’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27일 중국 상무부는 기자들과의 문답 형태 입장문에서 “최근 양측은 합의를 통해 세부 내용을 확정했다”며 “중국은 법에 따라 조건을 충족하는 통제 품목 수출 신청을 검토하고 승인할 것이며, 미국은 이에 따라 중국에 취한 일련의 제한 조치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대화가 조금씩 신중히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빨리 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57개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 유예기간(90일)이 내달 8일이면 끝나는데, 합의에 도달한 국가는 아직 영국 하나뿐이라서다.
러트닉 장관은 남은 2주간 “10개의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10개국이 구체적으로 어딘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아마도 인도 시장을 개방하는 매우 큰 합의를 인도와 하게 될 것”이라며 인도가 그중 하나가 될 것이라 암시했다.
기한 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국가들의 경우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연장해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호관세 유예 시한 연장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마도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릴 결정”이라고 답했다. 현재 미국은 한국과도 관세율, 무역 균형,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놓고 협상 중이다.
<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