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 자재비 ⇧…공사해주고 손해볼 수도”

한인 건축업자가 주택 지붕공사를 하고 있다(위).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 지붕공사 모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공식 취임하면서 본격화된 관세 전쟁이 한인 경제계에도 서서히 그 여파를 미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에 대해 일률적으로 10% 상호관세를 부과했으며, 철강과 자동차 등 주요 수입 품목에는 최대 25%까지 관세 인상을 예고하거나 이미 적용 중이다. 이 같은 관세 정책은 특히 건축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건축 자재 가격 급등은 물론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로 인한 인력난까지 겹치며, 한인 건축업계는 공사 수주 감소와 현금 유동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반면 식료품을 주력으로 하는 그로서리 업체는 필수 소비재 특성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본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 관세 정책이 건축과 식료품 등 한인 사회와 밀접한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관련업계 한인들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자재비 20% 이상 뛰어오른데다
불체자 단속에 인력난까지 겹쳐
“공사 수주 줄고 현금흐름 약화”
건축업계 “공사 수주 줄고 현금 흐름 약화”
버지니아에서 건축업체 TJ 컨스트럭션을 운영하는 정종웅 대표는 “올해 초부터 자재비가 지난해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며 “매년 통상적으로 5-7% 오르던 자재 가격이 예외적으로 크게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가격 상승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시선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가격인상을 업체의 ‘바가지 요금’으로 오해하는 분위기”라며, “관세와 무관한 비용으로 받아들여 공사 수주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 리모델링, 데크 설치, 지하실 마감 등 선택 공사 수요가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업체들은 과거보다 공사 수주들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지난 10여년간 공사 수주 걱정하지 않고 꾸준히 일을 해 왔는데 요즘은 확실히 공사가 준 것을 실감한다”면서 “예를 들어 예전에는 견적서를 10군데 넣으면 5군데에서 공사 수주가 들어왔는데 요즘은 3군데 정도에서만 수주가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대형 거래처들은 자금 유동성 문제로 공사 대금을 2개월 이상 뒤로 미루기도 한다.
정 대표는 “관세 인상으로 인해 주식 시장도 좋지 않고 여기에다 높은 모기지 이자로 부동산 거래도 예년에 비해 줄면서 손님들이 가능하면 현금을 보유하고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인데다가 큰 거래처들이 공사가 줄면서 현금 보유량이 줄자 공사 대금을 바로 주지 않고 요즘은 2개월 뒤에 주는 경우도 있어 여간 힘든 상황이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철강·목재 자재비 상승…25% 관세 직격탄
특히 철강 자재에 대해서는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데크, 지하실 마감 등 철재가 들어가는 공사 비용이 크게 올라 수요도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에서 오는 목재 가격도 관세인상으로 오른 것도 부담이 된다고 했다.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인력 수급도 차질
건축업의 경우에는 불법체류자 단속도 문제인 것으로 지적됐다. 건축보조 또는 헬퍼(Helper)로 불리는 일일 노동자들의 경우, 라티노 불체자가 많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민단속국에서 아파트 현장 같은 곳을 급습해 불체자 단속을 하지만 저희처럼 주택 공사를 하는 곳에도 단속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일일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으면서 저희 같은 업체들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하고도 계산 잘못하면 오히려 손해”
버지니아 센터빌에 거주하는 한인 핸디맨 K씨는 “요즘은 자재비에 인건비도 올라가기 때문에 공사를 맡고도 손해를 볼 수 있다”면서 “지난 5월에 공사를 하나 맡았는데 자재비 계산을 예전 가격으로 계산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K씨는 “특히 큰 공사인 경우에는 계산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K씨는 “인건비가 요즘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아무 기술이 없는 일일 노동자의 경우에도 시간당 최소 20달러, 하루 일당으로 160달러를 줘야 하며 기술이 있는 경우에는 시간당 35달러, 하루 일당 280달러, 또는 최소 250달러는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서리업계 “관세 영향 적지만 경기 위축 우려”
식품류를 중심으로 하는 그로서리 업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 5개 지점을 운영 중인 LA 마트의 조기종 대표는 “저희 고객 대부분은 라티노 계층이고, 한국산 식품 비중이 낮아 관세 인상에 따른 영향은 아직까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식료품은 생활 필수재이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어렵더라도 기본 수요가 유지된다”며 “불법체류자 단속과 관련해서도 큰 영향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 전반이 위축되면서 전체적인 소비 심리에는 서서히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센터빌 롯데 플라자의 한 관계자도 “아직 중국이나 한국에서 들어오는 식료품의 경우, 관세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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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