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사회에‘관세전쟁’후폭풍… 한인가정 ‘허리 졸라매기’전전긍긍

2025-06-09 (월) 07:58:16 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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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이는 그대로인데”…줄이고, 안쓰고, 안한다

한인사회에‘관세전쟁’후폭풍… 한인가정 ‘허리 졸라매기’전전긍긍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세일 품목을 쇼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다. 워싱턴 지역(메릴랜드, 버지니아, 워싱턴DC) 한인들은 트럼프의 관세부과 정책에 따라 치솟은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불안감에 걱정이 태산이다. 한인 대다수가 월수입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계속 올라 ‘고(高)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트럼프 관세 우려까지 더해져 경제 상황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출을 망설이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고물가에 가계가 휘청하며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는 소비 트랜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렸다. 한인들은 고물가 폭탄에 생활비 지출 부담이 커지고 시름이 점점 더 깊어지며 어떻게든 절약해 생활비를 줄여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계속해서 상승하는 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숨을 못 쉴 지경이다.

생활 물가 상승에 한숨 푹푹
“마트가도 가격표만 살펴봐요”
“장보기·지갑 꺼내기 무서워요”

외식 안하고 점심 도시락 싸고…
짠돌이+재테크 ‘짠 테크’실천
절약방법·알뜰팁 SNS 공유도


식품과 음식 가격을 비롯한 생활 물가 상승에 한인 소비자들은 과소비를 억제하는 소비 패턴으로 구매 습관을 바꾸어 대처하고 있다. 가격 인상에 대한 생존 저항인 셈. 오를 대로 오른 물가에 짠돌이와 재태크의 합성어인 ‘짠 태크’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은퇴한 후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이 씨는 “고공행진 중인 물가에 지갑 꺼내기가 무섭다”며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장을 보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세일 품목을 구매하려 애쓰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씨는 “마켓을 자주 들락날락하다 보면 쓸데없이 지출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한 주에 한 번이나 2주에 한 번만 장을 보고 있다”며 “물건을 더 사서 소비가 늘어난 게 아니라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라 소비 심리가 점점 위축되면서 지출에 더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고공 행진하는 물가에 대응하는 방편으로 휴가, 이발, 골프, 청소, 취미생활 등 일상적인 서비스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커피나 아이스크림, 빵 등 디저트를 비롯해 외식을 줄였다는 한인들도 적잖다. 외식비 급등에 직장인들은 도시락을 싸며 점심값이라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한인사회에‘관세전쟁’후폭풍… 한인가정 ‘허리 졸라매기’전전긍긍

한 주부가 점심 도시락을 밀 키트로 준비하고 있다.

한인사회에‘관세전쟁’후폭풍… 한인가정 ‘허리 졸라매기’전전긍긍

한 한인이 장보기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버지니아에서 맞벌이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송 씨 부부는 “대부분 직원들이 외식비를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 오고 자주 마시던 커피도 되도록 사 먹지 않고 친구나 동료와의 약속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짠돌이 모드로 꼭 필요한 지출 아니면 최대한 쓰지 말자 주의로 변했다”며 “모든 제품들의 가격은 오르고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져 옷이나 인터넷 쇼핑도 절반 이상으로 줄였고, 저가 제품이나 할인 제품에 집중해 구매하려 애쓴다”고 한숨을 지었다.

송 씨는 “간단하게 장을 보려 해도 기본 100달러는 훌쩍 넘어 장보기가 무섭다”며 “정말 월급 빼고 가스비, 전기료, 수도세 등 공공요금은 물론 모든 것이 다 올라 생활하기 힘들어 골프나 테니스 등 돈이 드는 취미생활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인들은 생활 물가가 상승하자 과소비 자제와 함께 구매 효율성을 높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로 맞서며 고물가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또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절약 방법이나 알뜰 팁을 공유하는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알뜰 장보기가 그 중 하나다. SNS에는 지출을 0달러로 줄이는 절약을 도전하는 ‘무지출 챌린지’까지도 유행하고 있다. 예전에 전업주부의 전유물인 가계부가 앱으로 전환돼 이를 이용하는 20-30대 젊은 층도 늘고 있다.

메릴랜드 하워드 카운티에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장 씨는 “신문에 나오는 마켓 광고를 보고 세일하는 상하지 않는 식자재와 냉동식품 위주로 장을 보고 있다”며 “또 금방 시들거나 상하는 식재료를 낭비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냉장고를 다 비운 후 시장을 보고 냉동고 파먹기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장 씨는 “한정된 수입으로 천정부지로 오르는 생활 물가를 견뎌내려면 과거의 과소비를 조장하는 소비 습관을 버릴 수밖에 없다”며 “고물가 시대에 씀씀이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살아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들은 물가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기보다 현명한 대처로 고물가를 극복하려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싼 마켓을 찾아 발품을 파는 한인 소비자도 부쩍 늘었다. 또 필요한 목록을 리스트화하고 가격비교 사이트와 홍보지 등을 이용해 최저가 상품을 구매하거나 세일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외에도 자신이 선호하던 브랜드 제품 대신 싼 가격의 다른 브랜드를 구입하는 이른바 대체 상품 구매 변화도 일고 있다.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의 김 모 씨는 “달걀과 우유를 비롯해 야채, 육류 등의 가격을 비교해 주말마다 마켓 3-4곳을 순회하고 있다”며 “월 고정수입은 한정돼 있는데 조금이라도 아껴야 살아갈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김 씨는 “한국 과자나 아이스크림, 라면 가격이 4-5달러까지도 오르면서 원래 즐겨 먹던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가격이 싸거나 세일하는 것으로 대체해 구매하고 있다”며 “장을 볼 때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던 예전과는 달리 필요한 품목을 적어 꼭 필요한 먹거리만 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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