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론 수준 경제 활성화 해법만 제시…쟁점 제대로 못 짚고 마무리
▶ 경제 침체 원인 두고 ‘윤석열 내란, 민주당 폭주’ 책임 공방

국민의힘 김문수(왼쪽부터)·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8일(한국시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18일(한국시간) 첫 TV 토론에서 진지한 정책 경쟁을 보여주지 못하고 신경전만 되풀이했다.
이날 토론은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 '트럼프 시대의 통상 전략',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하지만, 후보들은 사실상 총론 수준의 공약과 해법만을 제시했고, 토론은 쟁점을 제대로 짚지 못한 채 겉돌다가 마무리됐다.
◇ 이재명 "추경" 김문수 "규제 완화" 이준석 "생산성 향상"
대선 후보들은 경제 활성화에 대해 저마다 다른 처방을 제시하며 공방을 벌였다.
이재명 후보는 내수 진작을 위한 단기 대책으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장기 대책으로는 성장 동력 회복을 역설했다.
김문수 후보는 기업 일자리 창출과 이를 유도할 규제 완화, 소상공인 금융 지원 등을 제시했고, 이준석 후보는 경제 성장을 위한 생산성 향상과 지역 경제 현실에 맞는 최저 임금 자율 조정 등을 역설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돈풀기식 괴짜 경제학을 말한다"며 "이것도 저것도 다 해주고 돈은 당겨쓰면 된다고 하는데, 재정은 어떻게 부담할 것이냐"고 공세를 펼쳤다.
이준석 후보는 또 이재명 후보의 '전국민 AI' 공약에 대해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냐"며 "상용화 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보급하려면 12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수반될 것이고, 자체 AI를 구축하겠다면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일이 되겠지만 대한민국 IT 산업이 갈라파고스가 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너무 비관적으로 본다"며 "개발에 집중해서 국민들이 최소한 전자계산기 쓰듯이 챗GPT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하겠다. 12조원이 들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또 이준석 후보가 거론하는 '호텔 경제학' 표현을 "본인이 지어낸 말 아니냐"고 받아치며 "승수효과를 얘기한 것이다. 한번 쓰여지느냐 두 번이냐 세 번이냐에 따라서 (돈이) 순환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김문수 "민주당, 국정에 전부 반대" vs 이재명 "뭘 막았나, 통상협상 졸속"
대선 후보들은 경제 침체 상황을 두고 비상계엄 사태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 민주당의 '입법·탄핵 폭주' 탓으로 돌렸다.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를 상대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데 대해 윤석열 정권의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감이나 죄송함을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문수 후보는 "매우 죄송하다"면서도 "이재명 후보의 책임도 매우 크다. 이 후보는 우리(국민의힘)가 뭐 하려고 하면 전부 반대를 한다"고 화살을 돌렸다.
김 후보는 민주당의 쟁점 법안 단독 처리, 한덕수 전 국무총리·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 탄핵을 지적하며 "그러니까 경제가 살아날 길이 없다. 대통령의 계엄에는 반대하지만 (민주당이) 이상한 법을 자꾸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이 뭘 막았다는 것인지 예를 들어보시라.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뭘 하려고 하면 정부가 다 반대했지, 정부가 하려는 것을 민주당이 막았던 기억은 별로 없다"고 되받았다.
이재명 후보는 또 현 정부가 한 미국과 통상협상에 대해 "무책임한 퍼주기"라며 "지금 정부 구성도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나. 서두르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김문수·이준석, 이재명에 '친중' 협공…李 "극단화 부적절"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이재명 후보의 '셰셰'(중국말로 고맙습니다) 발언 등 대중국 외교관, 에너지 정책 공약을 소재로도 협공을 벌였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미국 입장에서는 끔찍할 정도의 메시지를 (이 후보가) 계속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도 "이재명 후보가 중국·대만에 관여 말고 '셰셰'하자는 것은 너무 친중국적이다", "미국이 '한국과 북한이 싸우면 어떠냐'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한 게 아니냐" 등이라고 따져 물었다.
이같은 '친중 공세'에 이재명 후보는 "너무 단편적 생각이다.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고 대만과 중국의 분쟁에 우리가 너무 깊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저를 친중으로 몰아보려고 애쓰는데 매우 부적절하다.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 기준은 대한민국 국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아울러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기본 축으로 발전·심화시켜야 하는 게 분명하다"며 "그렇다고 완전히 거기에 '몰빵', '올인'해서는 안 되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요하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 이를 너무 극단화시키지 말라"고 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도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원자력 발전소를 짓지 않고 어떻게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할 것이냐"고 했고, 이준석 후보도 "이재명 후보가 환경론자들의 말에 너무 휘둘려 국가 대사를 판단하는 게 아닌가. 환경 카르텔 입장을 계속 받아들여 오히려 산업을 저해시킬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 말대로 원전이 그렇게 안전하면 후쿠시마,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왜 났느냐"고 꼬집으며 "원전 안전 문제와 폐기물 문제 때문에 재생 에너지로 가는 대신 그사이에 섞어 쓰자는 '에너지 믹스'가 제 입장"이라고 응수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자신을 상대로 번갈아 가며 발언하자 "두 분이 협공하며 저한테 기회를 안 주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김문수-이재명 노란봉투법 설전…이준석, 이재명 주4.5일제에 "사이비종교"
노란봉투법,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 예외 조항, 주 4.5일 등을 두고도 언쟁이 오갔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그동안 정부가 노란봉투법에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또 밀어붙일 것인가"라며 "이 법은 헌법에도, 민법에도 안 맞다. 밀어붙이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법원 판례와 국제노동기구가 다 인정하는 법으로, 당연히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도 가세해 "김 후보는 과거 노동운동의 상징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이 법이 악법이라니. 노동부 장관을 어디로 해 먹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수 후보는 또 "이재명 후보는 원래 반도체특별법에 '왜 52시간 예외를 못 해주겠나'라고 하지 않았는가"며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모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 본인이 노동부 장관으로서 직접 유연 근로제 단위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면 된다고 말하지 않았나.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응수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주 4.5일제 공약을 지적하며 "이재명 후보는 '어떻게'가 빠져 있고 그냥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만 말한다. "원래 사람들이 어려울 때 옆에 사이비 종교가 다가오는 것처럼 가장 위험한 형태의 사람"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