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지막 편지

2025-05-13 (화) 08:01:12 대니얼 김 사랑의 등불 대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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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고글리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력의 과시보다 평범한 신자들과 보다 낮은 교제를 더 사랑한 겸손한 사람이었다.
낡은 구두, 철제 목걸이, 청빈하고 소박한 삶, 어두운 곳을 등불이 되어 밝히고, 가난한 자의 삶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베푼 프란치스코 님. 선종하기 전에 모든 인류에게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를 전한  <마지막 편지 >를 나의 친구들에게 소개하며 묵상한다.

“이 세상의 모든 자녀들에게, 나는 오늘, 이 삶을 지나가는 사람으로서 작은 고백 하나를 남기고자 합니다. 매일 세수하고 단장하고, 거울 앞에 서며 살아왔습니다. 그 모습이 ‘나'라고 믿었지만, 돌아보니 그것은 잠시 머무는 옷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이 몸을 위해 시간과 돈, 애정과 열정을 쏟아붓습니다. 아름다워 지기를, 늙지 않기를, 그리고… 죽지 않기를 바라며 말이죠.

하지만, 결국 몸은 내 바람과 상관없이 살이 찌고, 늙고, 기억도 스르르 빠져나가며, 조용히 나에게서 멀어집니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내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도, 자식도, 친구도, 심지어 이 몸뚱이 조차 잠시 머물었다 가는 인연일 뿐입니다.
모든 것은 구름처럼 머물다 스치는 연입니다. 미운 인연도, 고운 인연도 나에게 주어진 삶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품어주십시오. 누가 해야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겠다는 마음으로 나서십시오. 억지로가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요.
울면 해결될까요? 짜증내면 나아질까요? 싸우면 이길까요? 이 세상의 일들은 저마다의 순리로 흐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흐름 속에서 조금의 여백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조금의 양보, 조금의 배려, 조금의 덜 가짐이 숨구멍이 됩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세상을 다시 품게하는 온기가 됩니다.

이제 나는 떠날 준비를 하며, 이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싶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 삶에 스쳐간 모든 사람들, 모든 인연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세상에, 나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이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이 삶은 감사함으로 가득찬 기적같은 여정이었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삶에도 그런 조용한 기적이 머물기를 바라며 이 편지를 마칩니다."
세상사람들은 왜 프란치스코 님의 선종을 아쉬워 하고 당신이 남기고 떠난 빈자리를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고  눈물지으며  그리워하는 것일까.

사랑 때문이다. 님은 평생을 나 아닌 남의 행복을 위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베풀었다. 사람들은 살아온 그분의 거룩한 일생을 보면서 그분의 사랑이 우리의 마음 속에 와 닿아 행복해지기 때문이었다. 프란치스코 님은 평소 사제들과 만나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을 교회로 부르지 말고,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사람들의 이웃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의 힘은 빈자의 섬김으로부터 나온다. 
섬김의 빛나는 정점이 십자가입니다. 겸손하고, 구체적이고 신실한 섬김, 성 요셉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섬김을 본받아 여러분은 두 팔을 벌리고 하나님의 모든 자녀를 보호하고 전 인류를 부드러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합니다.

마태복음이 최후의 심판에서 칭찬받을 일로 꼽힌 것은 굶주린 이, 목마른 이, 나그네, 헐벗은 이, 병든 이, 감옥에 갇힌 이이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생전에 빈자에게 사랑을 베풀기만 하고 떠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본다. 프란치스코 교황 님의 <마지막 편지>가 이 세상 온 누리의 인류의 마음 속에 사랑이, 평강이, 평화가 임재하기를 하나님께 두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린다.

<대니얼 김 사랑의 등불 대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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